최근 투자회수 성과와 MG 의혹 등이 변수
운용역 이탈에 비독립계 감점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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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산업은행이 상반기 혁신성장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T) 마무리 절차에 들어섰다. 벤처캐피탈(VC)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대상으로 한 최대 출자 사업 중 하나이지만, 각 펀드당 운용사가 결성해야 하는 규모가 작지 않아 하우스들의 펀딩 능력이 관건이다. 최근 투자금 회수 실적과 출자비리 의혹, 핵심운용인력의 이탈 가능성도 선정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은 이달 29일 현장실사 및 PT 절차를 완료하고, 오는 30일 혁신성장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올해 3월 운용사들의 제안서를 접수받고 지난달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재정 모(母)펀드의 예산 배정이 늦어지면서 PT 일정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운용사 선정은 최근 몇 년 간의 투자금 회수 실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팬데믹 유동성 장세에서 투자했던 포트폴리오를 회수하지 못해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이나 리캡(자본재구조화) 등으로 연명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운용사 PT에서도 관련 질문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아웃에 난항을 겪는 일부 운용사의 경우, 참석자들이 "어떻게 회수할 거냐"며 대안을 요구하는 질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혁신성장펀드는 환경ㆍAI 등 정부 지정 신사업에 투자하는 혁신산업펀드, 중ㆍ후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성장지원펀드로 나뉜다. 그중 혁신성장은 운용사가 결성해야 하는 펀드 규모에 따라 소형(1000억원), 중형(2000억원), 대형(3000억원) 부문에서 구분해 각각 경쟁한다. 성장지원은 펀드 결성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해, 국내 대형 PEF들만 참여했다.
대형 부문 경쟁에 참여한 운용사들 중에서는 블라인드 펀드 업력이 짧아 눈에 띄는 투자금 회수 성과가 적은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 조(兆)단위 매물인 롯데손해보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JKL파트너스의 선정 여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2곳을 뽑는 대형 성장지원펀드에선 두산로보틱스로 투자금을 회수한 프랙시스캐피탈, 에코프로그룹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률이 예상되는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사법 리스크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산업은행 펀드 특성상, 외부 요인으로 펀딩이 어려운 GP는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새마을금고 의존도가 높은 운용사들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출자 비리 의혹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등을 인수하며 새마을금고로부터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펀드 자금을 출자 받았다. 중형 혁신산업펀드에 도전한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도 새마을금고가 엮인 거래 의혹도 논란이다. 2020년 SK하이닉스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공동 투자로 매그나칩반도체를 인수했는데, 이때 펀드 운용사 중 한 곳이 알케미스트였다.
투자업계는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같은 금융지주 계열사의 향방에도 주목하고 있다. 양사 모두 한국성장금융 등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트랙레코드를 보유하면서 역량을 인정받은 곳이다.
금융그룹 산하 비독립계 GP는 핵심운용인력 이탈이 빈번해, 운용역 평가 부문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운용인력의 잦은 이동 이력을 감점 대상으로 삼았다고 알려졌다.
PT에 참여한 운용사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스몰캡 투자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 및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 이해도가 낮으면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바이아웃이 주된 목적이라거나, 모 지원사처럼 동일 그룹 거래에만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으면 선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