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격차 좁히며 IBKㆍJB우리ㆍ신한캐피탈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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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산은캐피탈이 투자금융 부문에 55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집행한다.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들이 BIS 자기자본비율 조정을 이유로 출자를 축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제한이 없는 산은캐피탈의 투자자(LP) 역할 확대에 관심이 쏠린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캐피탈은 올해 투자금융본부에만 5500억원 수준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각 본부에 2000억원 수준의 예산이 배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출자 규모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캐피탈(VC) 및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업계에선 산은캐피탈의 예산 관련 소식을 듣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벤처·중소기업 육성 기조와 맞물려 정책금융기관인 산은캐피탈이 관련 투자를 적극 확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벤처업계는 공격적으로 곳간을 열고 있는 산은캐피탈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몇 년 간 캐피탈업계 벤처투자를 선도해왔던 IBK캐피탈과 JB우리캐피탈은 금융 당국의 충당금 확대 권고로 소극적 출자 분위기로 돌아섰다. 양사는 금융지주 내 캐피탈 계열사의 수익 기여도가 높아, 비상장사 투자시 위험가중자산(RWA)을 400%까지 쌓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캐피탈 등 자금 여력이 충분한 대형 금융지주 계열사들도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통주 투자 비중을 최소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앵커 LP로 발돋움하던 신한캐피탈은 전체 자산 12조원 중 15% 수준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묶이면서, BIS비율 유지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강력한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산은캐피탈은 벤처금융과 사모펀드(PEF) 출자, 인수금융 등에서 기관투자자 역할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투자금융본부를 벤처투자1ㆍ2실, 투자금융본부 1ㆍ2실로 각각 나누고, 자체 자금(에쿼티)을 통한 직접 투자 역할을 기존 기업금융과 분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초 투자금융본부장을 최영수 전무에서 홍정선 상무로 교체하면서, 출자 확대에 대한 산업은행 내부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캐피탈이 펀딩 시장에 마중물을 대줄 유력 LP로 부상하면서 VCㆍPEF 업계의 문의도 쏟아지고 있다. 산은캐피탈의 적극적 투자 행보에 대한 캐피탈업계의 부정적 시선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캐피탈사는 '회수가 확실한 곳'에만 출자하려 하지만, 산은캐피탈은 태생이 정책자금이라 비상장회사의 보통주를 아무리 많이 들고 있어도 문제가 없다"며 "다른 회사들은 자본을 쌓느라 정신이 없는 상황인데, 산은만 제약이 없어 관련 시장이 산은캐피탈의 놀이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