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매립사업 가치 이견 속 높은 몸값 걸림돌
원매자 연합해 지분출자 위험 부담 줄일지 주목
사후에 회수 성과를 정산하는 방식도 해법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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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건설 회생의 키를 쥔 거래인데 아직은 시장의 관심이 뜨겁지 않다. 매도자 측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대 몸값 자체가 높아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독으로 인수하기엔 부담이 크다 보니 잠재 원매자가 연합 전선을 구축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사모펀드(PEF) KKR은 31일 에코비트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대상은 에코비트 지분 100%고, 주관사는 UBS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태영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정리하고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데 에코비트 매각 대금까지 지원받으면 정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에코비트 매각은 초기부터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았다. 태영그룹과 달리 KKR은 반드시 팔아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입찰 결과가 흡족하지 않아도 매각할 것인지, 혹은 KKR이 TY홀딩스 측 에코비트 지분을 사려고 하지 않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매도자 측은 KKR이 태영 측 지분을 사거나 매각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시장에 강조하고 있다.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에코비트 거래에서 매도자금융(Stapled-financing)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대 1조5000억원을 저리로 빌려줘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60% 수준으로 상정된 담보인정비율(LTV)을 감안하면 매도자의 기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 측 당사자들이 거래 성사를 위해 뜻을 모으고 있는데 흥행을 확신하긴 어려운 분위기다. 매각 희망가는 3조원에서 시장 분위기를 따라 점차 내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있다. 매도자 측에선 2조원대 초반은 돼야 ‘본전 장사’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잠재 원매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당분간 입찰의향서 접수 창구를 열어둘 가능성도 있다.
에코비트는 실적의 절반 이상을 매립사업에서 거둔다. 특성상 수처리 등에 비해 낮은 가치를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잔존 용량과 가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매도자 측은 현재 개발 중인 6곳의 매립장 사업까지 포함해 후한 가치를 인정받길 바라고 있다. 다만 새 사업장이 아직 인허가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매도자가 다소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코비트 인수 후보로는 환경기업에 관심이 있는 SK, LX 등 대기업과 국내외 대형 PEF들이 거론돼왔는데 일부는 이미 전열에서 이탈했다. SK그룹이나 LX그룹은 대형 M&A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 맥쿼리자산운용이나 EQT파트너스 등 인프라 성격 거래에 강점이 있는 투자자 역시 입찰 불참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진다.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 블랙록자산운용, 싱가포르 케펠(Keppel) 등 투자사들이 입찰 참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역시 매도자의 눈높이를 맞추긴 쉽지 않다. ‘인수 후 장기 보유’ 전략을 펴는 케펠이 이번 거래의 성격과 잘 맞는 후보지만, 자금력이나 의사결정 속도 면에선 경쟁사에 밀린다는 평가가 있다.
주요 잠재 투자자 입장에선 단독으로 최대 1조원에 달할 지분출자금(Equity)을 조달하는 것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좋은 금리로 인수금융을 지원받는다 해도 불확실한 사업 전망과 향후 가치평가 변동 가능성 등 회수 고민이 남는다.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지만 일부 기관투자가는 이번 거래에 큰 매력을 느끼기 어렵단 입장이다.
이에 잠재 투자자끼리 손을 잡는 클럽딜(공동투자)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각자 감수해야 할 위험의 크기를 줄이면서 서로의 노하우를 기업가치 증대와 회수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원매자가 공동 투자자를 물색하는 분위기고, 매도자 측도 자금력이 부족한 투자자에 우군을 붙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에코비트 매각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은 없어졌지만 높은 몸값이 변수가 되고 있다”며 “매도자 측에서 자금력이 부족한 후보에는 재무적투자자(FI)를 주선해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사후정산’ 방식이 에코비트 매각의 해법이 될 것이란 시선도 있다. 일단 매각자 측에서 원하거나 필요한 수준의 금액으로 에코비트를 인수하되, 향후 투자회수 성과에 따라 금액을 최종 정산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목표치를 뛰어 넘는 성과를 냈을 때는 에코비트 인수자가 매도자 측에 이익을 공유하고, 반대의 경우엔 경우엔 매도자가 인수자에 부족분을 보전해주는 식이다. 일단 에코비트 매각으로 태영건설이 정상화되면 태영그룹도 여유가 생긴다.
한 잠재 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에코비트는 결국 가격이 문제인데 새로 개발 중인 매립장 6곳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에 대한 이견이 크다”며 “태영그룹이 언아웃(Earn-out)처럼 회수 성과를 사후에 정산할 수 있는 조건을 받아들인다고 하면 인수전에 참여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