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두고 CJ측 주주간 이견 차
사업모델도 관건…IPTV는 현실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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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와 SK가 OTT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의 합병을 앞두고 막판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회사를 합친다는 큰 뜻은 모았지만 세부사항을 두고 주주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티빙 성장세를 등에 업은 CJ측은 느긋하고 웨이브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 SK는 조급한 모양새다. 최종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나 향후 사업모델 등 세부 사항을 두고 진통이 여전하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두고 합병비율, 법인 가치 등 세부사항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 양해각서(MOU)를 맺어둔 뒤로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가 지난 4월께야 합병비율 등 디테일과 관련한 협의가 논의된 바 있다.
합병법인의 최종 기업가치(Value)를 두고 막판까지 내부 이견이 생기고 있다.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로 오를 CJ ENM측은 당초 약 1조원 수준의 밸류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티빙이 가장 최근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가 2조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밑도는 수치다. CJ ENM은 향후 합병법인 지분율 확보를 위해 적잖은 추가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합병법인의 기업가치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막판 진통으로 SK스퀘어는 초조한 입장이다. 당초 합병비율이나 전환사채(CB) 상환 등 걸림돌이 될 이슈에서 상당 부분 양보했는데, 합병까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SK스퀘어는 최종 합병법인의 지분율 20% 미만을 보유하기로 했고, 합병비율 역시 웨이브보다 티빙에 유리하게 책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SK그룹 내 상황을 놓고 볼 때 SK스퀘어의 투자 포트폴리오 정리는 시급한 과제다. SK스퀘어는 11번가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고, SK쉴더스도 IPO(기업공개) 공모 철회 후 매각으로 선회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현재 원스토어, 티맵모빌리티 등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를 장담하기 어렵다. 웨이브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CJ측은 급할 것이 없다. 티빙이 올해 들어 스포츠중계권 등을 따내며 가입자수가 크게 늘었고, 업계에서도 웨이브보단 자생력이 크다는 평이 많다.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통상 가장 최근의 투자받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가입자수 등 여러 요소를 반영한다. 최근 티빙 가입자수가 크게 오른 점이 합병비율 산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합병법인의 향후 사업모델을 두고서도 의견 합치가 필요하다. 토종 최대 OTT 플랫폼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의 제작력과 유통망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인터넷과 TV 등을 결합하는 IPTV(인터넷TV) 모델 등을 앞세운 패키지 요금제 형태의 사업모델이 승산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티빙측의 KT와 SK측의 SK브로드밴드의 경쟁구도를 감안하면 섣불리 IPTV 모델을 따르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 딜은 예견됐던 대로 이해관계자들이 두 자릿수에 이르기 때문에 끝까지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있다”라며 “합의가 됐다가도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난이도가 높은 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