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6500억원 조달도 불충분…"추가 투입 필요성"
입력 2024.06.03 07:00
    신종자본증권 연이자 460억원 "부담"
    그룹 차원의 직간접적 지원 잇따르지만
    "비우호적 사업환경 지속, 추가 손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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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건설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이 필요할 거란 전망이다. 향후 분양실적과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세계건설은 재무구조 개선과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5월29일에 발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금리는 연 7.078%로 매년 460억원 이자가 발생한다. 만기는 30년이지만 3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이 달려 있다. 콜옵션을 시행하지 않으면 금리를 2.5~4.5%포인트 순차적으로 가산하는 스텝업 조항이 붙었다. 

      모기업인 이마트가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해 신용도를 보강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인수 자금을 대출하는 방식이다. 일부 증권사는 신종자본증권을 시장에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건설 입장에선 일단 한시름 놓았다. 회사측은 올해 1분기 807%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금 인수 시 200%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동성을 확보한 이후 스타필드 청라 건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이 소식이 있은 이후 신세계건설의 주가는 상승세로 전환했다.

      신세계건설은 작년 말부터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주택 미분양 여파로 불거진 유동성 위기를 줄이고 재무구조 개선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사모사채 발행(2000억원), 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약 650억원), 레저사업부문 영업 양수도(1820억원)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신종자본증권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지만, 매년 발생하는 이자 460억원은 또다른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신세계건설은 작년 영업적자로 1878억원을 기록했다. 진행 사업장의 공사원가 상승, 대구 빌리브 헤리티지 공매 등 저조한 분양실적 등으로 예상 손실을 일시에 반영한 영향이다.

      아울러 유동성 확보 노력으로 부채비율은 꾸준히 낮췄지만, 향후 분양실적과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즉,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나, 손실이 또 발생할 경우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은 ▲높은 공사비와 저조한 분양경기 ▲원가율이 높은 민간 도급공사 위주의 사업장 구성 ▲미분양 현장 관련 추가적인 손실 가능성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신용평가사도 이 점을 신용등급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로 꼽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대부분 진행 사업장의 원가율이 100% 내외에 이르고 있고 PF보증금액이 증가했다"며 "분양실적 및 수익성 개선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할 경우 추가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높은 원가부담과 저조한 분양경기 등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지속으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이 잔존한다"며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 등은 2023년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지만, ▲부산 명지지구 아파텔(도급액 3213억원) ▲연신내 복합개발사업(2245억원) ▲대구 본동3 주상복합(1641억원) ▲대구 삼덕동 주상복합(1059억원) 등 수주잔고 내 비중이 높거나, 공사미수금이 과중한 프로젝트의 분양률 제고 및 원활한 대금 회수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 전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도 올해 3월 한 단계 강등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미 한신평은 신세계건설이 2015년 발행한 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부채라는 평가를 내린 적 있다. 회계상 부채비율은 하락했지만 발행 2년 후 이자율이 크게 상승하는 조항(스텝업)이 있어 신세계건설이 조기상환권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신용등급 하락 이슈로 공모채 시장에서 조달이 어려운 신세계건설은 추후에도 계열사의 도움이 필요할 거란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은 고위험 PF 보증 규모가 상당하며, 부실 사업장에서 미분양이 이어지면 추가 수혈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마트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그룹의 '아픈 손가락'인 신세계건설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