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發 증권사 엑소더스에도 KB·NH證은 여유만만?
입력 2024.06.03 07:00
    취재노트
    증권업계, PF 리스크에 성과 낸 부서도 성과급 줄여
    "노력 인정해 주는 곳으로"…불만 큰 직원들 '탈출 러시'
    KB·NH, 상대적 인력 유출 적어…성과 '공유' 문화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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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A증권사 IPO 부서는 다른 곳보다 회계사 출신이 많다. 회계법인보다 높은 성과급을 기대하고 증권사로 넘어왔던 분들이다. 그런데 최근 성과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기본급이 높은 회계법인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늘었다" 

      "B증권사 기업금융부는 경쟁사의 같은 부서보다 실적도 좋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B증권사는 어려운 사정을 이유로 성과급을 적게 지급했다. 불만을 가진 직원들은 성과급을 잘 챙겨주는 경쟁사나 바이사이드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는 인력 유출로 고민이 크다. 직원들이 기대한 만큼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가운데, 동일한 업무를 하는 경쟁사 직원들의 '만족할 만한' 성과급 소식을 들으며 불만이 커진 탓이다.

      그동안 성과를 내면 '확실히' 보상하던 일부 증권사는 최근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성과를 낸 부서마저 성과급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이는 증권사의 작년 실적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작년 증권업계는 부동산 관련 충당금과 평가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미래에셋·하나·메리츠·신한투자증권 등 지난해 실적이 급락했던 증권사들은 지난해 9월말 기준 해외부동산 익스포져 규모가 1조원을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PF 익스포져가 증권업계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본 3조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 9개사의 올해 주요 부동산 익스포져 만기 도래액만 6조9000억원이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이 와중에 여유로워 보인다. 실제로 양사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경쟁사 대비 인력 유출 규모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을 위한 여력이 있는 건 양사의 순이익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9대 증권사의 작년 평균 연간 순이익이 줄어들었는데 KB증권은 2022년 대비 107.5%, NH투자증권은 82.6% 늘어났다.

      아울러 타사와 다른 성과급 지급 방식도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 성과급을 전사가 '공유'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부서 내 한 팀이 성과가 나빠도 다른 팀에서 성과가 좋으면 해당 부서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업무 성격이 서로 다른 부서끼리도 마찬가지다. 가령 PF 담당 부서에서 실적이 안 좋아도 채권 담당 부서에서 실적이 좋을 경우, PF 담당 인력들은 성과급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과가 좋은 부서가 언제라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KB증권과 NH투자증권에서) 연봉 상방이 막혀있다는 아쉬움보다 하방이 막혀있다는 안정감이 크다"며 "성과급 이슈로 인력이 대거 이탈할 경우 해당 부서가 그해에 할 일을 못 할뿐더러 인력 수급도 어려워져 회사 차원에서 손실"이라 말했다.

      적게나마 안정적으로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부러워하게 된 이들을 보면 증권업계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