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잡음 피하고 쓱 경쟁력 제고에 집중
FI들은 1조1500억원에 매각해 원금 수준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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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과 쓱닷컴 재무적 투자자(FI) 간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둔 공방이 합의로 마무리됐다. 신세계 측은 정용진 '회장' 취임 첫해를 잡음 없이 넘길 수 있고, 투자자들은 원금 수준의 투자금을 회수하면서 본전을 챙겼다는 평이다.
4일 ㈜이마트∙㈜신세계는 쓱닷컴의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와 FI 보유 지분 매매에 대해 합의를 완료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에 따르면 FI는 현재 보유 중인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전체 30%) 전부를 2024년 12월31일까지 이마트∙신세계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할 예정이다. 인수 주체는 하반기 내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되사는 가격은 1조1500억원 내외로, FI들은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친 투자금액(1조원) 이상을 회수하게 된다.
신세계 그룹은 “이마트·신세계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는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쓱닷컴의 미래를 위해 보다 발전적인 방향성을 공유했고,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번 합의에 이르렀다”며 “이번 계약에 앞서 ㈜이마트∙㈜신세계와 어피너티·BRV는 2019년 맺었던 지분 매매 계약 조항에 포함된 풋옵션 효력은 소멸됐다는 데에 상호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그룹과 FI들은 4월부터 풋옵션과 관련한 주주간계약 문제에 대한 협상을 이어왔다. FI가 갖고 있던 풋옵션이 유효한지 아니면 풋옵션 행사 대신 다른 회수 방안이 제시될 지가 핵심이었다.
협상이 이어지면서 FI 측이 법적 공방도 준비하는 분위기가 감지될 만큼 ‘장기전’의 가능성도 부상됐지만, 업계에서는 FI인 입장에서도 국내에서 대기업과의 싸움이 실익이 크게 없는 만큼 결국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해서 나가기보다는 신세계그룹이 대주주와 회사의 의지로 협상해 결론이 나는 것이 가장 모양새가 좋은 결과인 셈이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가지고 양측은 신세계 측이 지분을 되사는 방안을 두고 원만한 합의를 이뤄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매각가 부문에 있어 양측의 의견 조율이 마지막 해결 과제였고, 최선의 타협점을 도출해 낸 것으로 보인다.
‘대승적 합의’로 신세계그룹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렸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당장 돌려줄 자금 조달을 고려해야 하고, 필요한 금액이 조 단위 수준이니 대주주 차원의 이슈로 번지게 된다. 올해 초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뒤 ‘난관’이 생기는 것도 부담스럽다.
투자자들도 원금 이상의 매각금을 합의하면서 체면을 차렸다. 합의 금액이 ‘원금’이라면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엑시트 할 이유는 적다. 아직 FI들의 지분을 인수할 주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분을 일시에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깔끔한’ 안으로 꼽혀왔다. 다만 투자 기간, 양측이 협상에 이르기까지의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금 수준’ 회수라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회장 취임도 일종의 본격 ‘시험대’ 차원의 승진이었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국내에서 계속 일을 하려면 굳이 대기업과 싸워서 득 될 것이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경쟁 심화로 이머커스 경쟁력 제고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긴 해도, ‘유통 1위’ 그룹이 이커머스 플랫폼을 가지고 가는 것은 불가피하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쓱닷컴 성장을 이뤄내 이커머스 쪽도 승기를 잡는 것이 향후 유통업 내 경쟁력 유지에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쿠팡이 독주하던 유통 시장은 최근 중국(C커머스)의 공습으로 전환점에 다다랐다. 중요한 이 시기에 주주들과의 내분으로 기회를 날리는 것은 신세계도, 투자자 측도 원하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쓱닷컴과 지마켓 합병 이슈처럼 FI들과 쓱닷컴이 의견 차이를 보여온 부분들도 있어서 신세계 입장에서도 이번에 FI들이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신세계와 FI 측이 매각 금액에 있어서 의견차를 좁히기 쉽지는 않았지만 대승적인 이유로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