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자산 인수 하고픈데…삼성도 현대차도 '폐쇄성'에 난항
입력 2024.06.07 07:00
    일본 시장 훈풍에도 바라만 보는 韓 기업들
    두드려도 투자처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
    현대차ㆍ삼성도 日 인연 있는 PE에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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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도 일본 부동산 및 기업 투자를 위해 매물을 물색하고 있지만, 일본 시장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를 극복하지 못해 고전 중이다. 이에 일본 인수합병(M&A) 시장 트랙 레코드가 있는 글로벌 사모펀드와 증권사에 '러브콜'이 쏟아지는 모양새다.   

      국내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투자할 만한 일본 로보틱스 회사를 찾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신사업 핵심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꼽으면서, 현대차가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가 일본 회사 투자로 범위를 좁힌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엔저 훈풍과 함께 일본 증시가 지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지수는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오픈AI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도 일본에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벤처기업에 조 단위 투자를 계획하는 등 일본 시장을 기회로 여기고 있다. 

      현대차는 단독 인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일부 글로벌 사모펀드를 통해 일본 기업과의 접점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투자처를 물색하려 해도, 일본 투자 시장 내 폐쇄적인 문화가 강한 탓에 파트너십을 맺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기업들도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일본 상업용 부동산은 환헷지 프리미엄과 함께 낮은 대출 금리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한 국내 운용사가 일본 상업용 부동산 투어를 모집하자, 중소기업 오너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첫 거래를 뚫기는 쉽지 않다. 다이와ㆍ미즈호 등 일본 증권사나 일본 시장에 강점이 있는 MBK파트너스 등 주선자 없이 직접 일본 기업과의 접점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위기다. 

      일본의 대체투자 시장은 미쓰비시ㆍ스미토모ㆍ미쓰이 등 현지 3대 그룹에 집중돼 있다. 이들과의 연결고리 없이 부동산 거래가 불가능한 탓에, 최근 삼성증권도 일본 부동산 거래를 추진하다 일본 대기업과 인연이 있는 사모펀드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업계에서는 일본 시장을 주선하는 일부 금융기관들만 수혜를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글로벌 사모펀드 관계자는 "최근 일본 자산 투자를 도와달라고 연락하는 대기업 오너들이 늘어났다"며 "대부분 일본 미쓰비시나 스미토모와의 주선을 부탁하는 회사들"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도 "일본 부동산 진입장벽이 워낙 높다. 양재봉 회장 시절부터 일본과 교류해온 대신금융그룹을 제외하곤 삼성이나 KB 등 국내 금융사들도 힘을 못쓰고 있다"며 "다이와나 미쓰히 같은 일본 회사들이 Co-GP 형태로 공동 투자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어, 부동산 투자 수익을 온전히 얻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