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0조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
PSR 13배로 산정돼야…에어비앤비가 10배
투자자 반응 저조할 경우 또다시 일정 밀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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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숙박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가 미국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10조원의 몸값을 목표로 상장에 나서는 가운데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의 과점 형태가 가속화하는 등 원하는 만큼의 밸류를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서 상장 일정이 또 미뤄질 수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미국 상장 신청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이르면 내달 중 상장할 것으로 전망되곤 있지만 투자자들 반응에 따라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다.
지난 7일 주요 외신들은 야놀자가 다음달 미국 증시에 상장한다고 전했다. 조달 목표액은 4억달러(약 547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추진 소식에 장외 주가는 이틀 연속 5~6%씩 올랐다.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밀크파트너스의 가상화폐 '밀크' 또한 7일 30% 넘게 상승했다.
야놀자는 나스닥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을 지속해왔다. 뉴욕증권거래소 임원 출신인 알렉산드로 이브라힘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지난해 영입했다. 또한 3월에는 뉴욕 맨해튼에 50번째 해외 사무소를 설립했다.
야놀자가 국내가 아닌 미국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로는 유동성 측면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꼽힌다. 실제로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이사 주도 하에 나스닥 상장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수진 대표가 다른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도 미국 상장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자주 밝히고 있다"라며 "금번 야놀자 상장이 흥행하면 다른 플랫폼 기업들도 미국 나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놀자가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몸값을 8조원으로 인정받고 17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받은 만큼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최소 10조원으로 산정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10일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야놀자의 시가총액은 6조원 중반대다.
그간 야놀자의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거론됐던 회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국내 여행사와 에어비앤비(ABNB), 익스피디아(Expedia) 등 글로벌 숙박 플랫폼 기업들이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 수준의 두배로 치솟으며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이래 최근 128조원대의 몸값을 형성하고 있다.
높은 기업가치 산정에 유리한 방법론으로 알려진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야놀자가 10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지난해 매출액(7667억원) 기준 PSR이 13배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 지난해말 기준 에어비앤비의 PSR은 8.9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다만 에어비앤비와 야놀자를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야놀자가 B2C 국내 사업의 펀더멘털 강화 증명, B2B 트래블테크 점유율 확대 등 본업을 강화하는 와중 해외여행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글로벌 OTA들은 기업 규모가 작은 OTA를 인수합병하며 대형화를 거듭해왔다. 야놀자 또한 인터파크 등 예약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몸집을 키우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여전히 국내 수익 비중이 88.9%로 높다. 에어비앤비를 포함한 4개 OTA 그룹사들이 온라인 여행시장의 점유율을 독식하는 구조다.
야놀자가 원하는 몸값 수준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있을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나스닥 상장 폐지 요건은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거나 ▲상장 요건을 미준수할 경우다. 국내 시장에 비해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상장 추진은 자유롭지만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경우 상장폐지까지도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물론 점유율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비교가 어려울 순 있지만 쿠팡 또한 무사히 미국 증권시장에 안착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 매출 비중이 높은 것만으로 디스카운트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라며 "그럼에도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OTA 기업 만큼의 밸류를 원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