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정비 사업서 다시 존재감 키우는 삼성물산
입력 2024.06.12 07:00
    정비사업 목표 3.4兆…전년比 1조 이상 증가
    부산 사업장에도 래미안, ‘한남’도 수주전 대비
    시행이익 관여 없이 ‘도급 계약’만
    불확실한 해외사업, 밸류업 전략 일환 해석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물산이 도시 재정비 사업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대표 브랜드 래미안의 철수설이 나돌 정도로 정비사업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냈지만 최근엔 공격적인 목표액을 제시하며 서울은 물론 지방 사업장까지 수주를 따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공사비 약 2320억원 규모의 잠원강변 리모델링(래미안 신반포 원펠리체) 시공사로 선정됐다. 현재는 부산 광안 3구역 재개발 사업(광안동 539-1번지 일대)의 우선협상자대상자 지위를 갖고 있는데 이달 말 도급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과거 '쉐라톤 팔래스 강남 호텔' 부지에 건축하는 더팰리스73 사업장 역시 곧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올해는 서울시의 랜드마크 정비사업장으로 꼽히는 한남뉴타운(4·5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남아있다. 삼성물산 역시 두 사업장 모두 참여를 검토중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올해 수주목표액은 총 18조원이다. EPC·신사업 분야의 수주 목표액과 더불어 정비사업의 목표액을 크게 늘린 점이 눈에 띈다. 회사의 올해 정비사업 수주목표는 총 3조4000억원으로 전년 수주액(2조100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늘었다. 즉 전체 수주 목표의 18%, 국내 수주 목표(10조원)의 3분의 1가량을 주택 정비사업에서 채워야 하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을 전후로 사실상 정비사업 수주를 중단했다. 합병을 전후해 정비사업 수주잔고만 20조원에 달할 정도였지만, 이재용 회장의 구속과 더불어 신규 수주가 자취를 감췄다. 각종 민원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재정비 사업의 특성상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잡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란 해석도 나왔다.

      도시정비 사업에서 자취를 감춘지 5년 만인 2020년, 래미안이 다시 등장했다. 2021년엔 9117억원, 이듬해엔 1조87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고  지난해 2조원을 넘겨 올해는 3조원대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위권 건설사들이 공사비 상승과 경기침체로 도시정비 수주에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선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재정비 분야 부동의 1위 현대건설만 보더라도 2022년 수주는 9조원을 넘었으나 지난해 4조60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물론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3조원 이상의 수주를 기록하며 가장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위기설이 온전히 잦아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과 연결지을 수 있을진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삼성물산은 다시 주택부문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김상국 주택영업팀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고(2021년) 지난해엔 김 부사장이 직접 재건축 사업에 직접 뛰어들겠단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래미안 철수설은 점점 힘을 잃게 됐다.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조합(시행사)과 시공사(건설사)들의 갈등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이게도 삼성물산이 수주를 늘릴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의 재정비 사업은 대부분 '도급계약'만으로 이뤄진다. 시행이익을 일부 공유해 도급금액을 다소 낮추는 수주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분양이 성공한다면 막대한 이익이 예상되는 더팰리스73 사업장 역시 도급계약만 맺고 참여했다. 

      이 같은 삼성물산의 전략은 경쟁입찰 과정에서 다른 건설사를 압도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공사비 상승 이슈로 건설사와 조합간 갈등이 늘어나면서 애초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식의 계약을 선호하는 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최근 더욱 공격적으로 도시재정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두고, 전사 차원의 기업가치 증대를 위한 방안 중 하나란 해석도 나온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벗어내고 합병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가치를 키우는 게 무엇보다 시급한데 사실 건설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마땅한 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믿고 있던 해외사업의 수주는 대외 불확실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만 보더라도 최초 계획 대비 사업규모가 크게 축소했다. 최근엔 서울시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 규제가 대폭 완화했다. 강남·여의도 등 지역에서 노후화한 주택들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해 랜드마크 사업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확장의 배경이다.

      다만 재정비 사업의 공격적인 확장이 수익성과 직결되고 더 나아가 삼성물산 기업가치 증대와 연결될지, 그리고 삼성물산의 고질적인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