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에도
재계·학계 반발 예상…"한국형이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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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제382조의3) 개정안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21대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22대 국회 개원 초기 핵심 쟁점 법안이 되면서 통과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기업의 경영능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모습이다.
지난 5일 정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가 아닌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로 바꾸는 안을 발의했다. 기업가치에 변화가 없거나, 기업가치가 증가하는 경우에도 일반 주주들의 가치가 저하될 경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논의할 학계 심포지엄이 오는 12일 열릴 예정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 학회 등이 참여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감독원 법무실 국장 또한 해당 심포지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법 개정 필요성은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에 따라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지며 촉발된 바 있다. 21대 국회 당시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처음 발의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 지지를 받는 듯 했지만 국회 문턱은 결국 넘지 못했다.
연초부터 정부가 꾸준하게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탓에, 법 통과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내놓은 '기업 밸류업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원 포인트 개정'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단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계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해 해당 법안이 다시금 발의됐을 당시에도 상장사들의 모임인 상장회사협의회(이하 상장협)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법무부에 제출하는 등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회사, 지배주주의 이익과 일반주주의 이익을 구분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논리였다.
학계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상법 개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별 주주의 이익을 실현하긴 어려운 까닭에 기업이 빈번한 소송에 휘말리거나 사외이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소액주주 보호 필요성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사회가 총수일가나 대주주의 독단적 기업 운영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일종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했다는 인식이 짙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만 된다면 다른 밸류업 프로그램들은 휴지통으로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이어 야당과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에 팔을 걷어부친 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내용에 대한 실망감이 이는 등 전례가 있던 탓에 상법 개정 또한 취지 자체가 왜곡돼 비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주가 하락으로 배당을 요구하는 사례가 올해 적지 않아 안타까웠다"라며 "투자를 통한 성장을 요구하는 주주나 배당확대 등 경영과실 공유를 요구하는 주주나 모두 한 기업의 주주들이기 때문에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