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새마을금고 자금 받은 PEF 불편한 기색
투자성과 같다면 굳이 이슈 얽히는 거 싫어해
새마을금고 자금 안받은 PEF는 반사이익 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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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주요 공제회를 중심으로 국내 기관들이 새마을금고중앙회(이하 새마을금고) 자금을 받은 PEF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자비리 사건 재판 2심 결과가 나온 후 이 같은 기조는 더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신생PE 출자에 있어서 새마을금고와 얽히지 않은 운용사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며, 출자비리 인물들과 거리를 둔 PEF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선정 비리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들이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제6-2형사부는 지난 5일 열린 2심재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최우성 전 M캐피탈 부사장, 최우석 전 새마을금고 기업금융부팀장, 최원석 전 ST리더스PE 대표 등에 원심을 유지하거나 증형을 했다. 특히 최 전 ST리더스PE 대표는 법정구속됐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출자비리 유죄가 인정되면서 비단 해당 인물들 뿐 아니라 업계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은 새마을금고 출자를 받기 위한 출자담당자와 PEF간 리베이트가 수면위로 드러난 케이스다. 비록 ST리더스PE만이 해당 사건에 연루된 경영진이 재판을 받게 된 경우지만, 연기금 공제회에선 당시 새마을금고로부터 출자받은 PEF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작년 출자에 나선 공제회들 사이에선 새마을금고 출자를 받은 곳에 대한 기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기관투자자는 “작년에 새마을금고출자비리가 워낙 시끄러웠던 탓에 새마을금고가 '밀어줬다'는 생각이 드는 PEF에 대해 꺼려하는 분위기는 생겼다”라며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대형PEF면 몰라도 프로젝트 중심으로 자금을 모았던 곳들 중에서 새마을금과 관련성 있는 곳들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있다”라고 말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문제가 된 최 팀장이 새마을금고 재직하던 시절 PEF에 출자한 건이 112건에 이른다. 이들 중 상당부분은 프로젝트펀드 형식으로 투자가 이뤄진 것들이다. 새마을금고의 입김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기관투자자들은 새마을금고에서 출자를 받은 PEF에 대해서 경계심을 갖고 보고 있다.
루키리그에 도전하는 신생 사모펀드들의 경우 새마을금고 의존도가 높은 곳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는 평가다. LP(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마을금고 이슈가 시끄러운만큼 같은 평가 점수라면 '굳이' 새마을금고 의존도가 높은 곳들을 택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심의위원회나 리스크관리본부에 해당 펀드 출자 정당성을 증명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생긴다.
특히 이번 2심에서도 1심판결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형이 늘어나며 새마을금고 출자받은 PEF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은 더욱 강화할 것이란 견해다. PEF업계에선 이번 기회로 출자관행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과거 신생 펀드들에게 새마을금고가 '기적을 일으키는' 기관투자자로 불리면서 너도나도 출자 권한이 있는 이들과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혈안인 분위기가 전해진 바다. 해당 펀드의 성장성과 사업성보다는 '누구 마음에 들었는지'가 더욱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출자비리가 벌어지던 당시에도 일부 PEF들은 해당 문제를 인지해서 새마을금고 출자받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이게 오히려 지금에 와선 전화위복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새마을금고 자금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곳들은 새마을금고 출자비리란 '주홍글씨'를 어떻게 지우느냐를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한다.
한 PEF 관계자는 “PEF 중에서 새마을금고와 관련성이 없고, 투자성과가 있는 곳들이 상대적으로 출자받기 유리한 환경이다”라며 “최근에 출자 콘테스트에서 새마을금고와 얽히지 않은 곳들이 확실하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