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투자 수요만 몰리는 중…기관도 "판단 어려워"
로봇·원전 등 테마주 주가는 양호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공모주 '한탕주의' 분위기가 올해 들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올해 상장을 완료한 공모주 중 현 시점까지 공모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며, 주가 상승률이 600%를 넘어선 테마주 우진엔텍을 제외하면 평균수익률은 4%에 그치고 있다.
공모가에 대한 예측이 무의미해지며 기관들조차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단기차익 수요만 폭증하고, 상장 이후의 주가는 폭락하며 공모주 가격 결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그나마 주가 추이가 좋은 공모주는 거의 대부분 테마주라는 한계도 지적된다.
14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22곳의 기업(SPAC 제외) 중 무려 14곳의 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1월 상장한 HB인베스트먼트와 포스뱅크는 공모가 대비 각각 22.5%, 42.8% 하락한 수준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스튜디오삼익과 코셈 또한 20~30%대 주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오상헬스케어, 제일엠앤에스 또한 공모가보다 30%가량 낮은 수준의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해당 발행사 모두 상장 첫날에는 공모가의 2배에 달하는 시초가를 형성한 바 있다. 특히 코셈과 스튜디오삼익은 공모가 대비 각각 162.5%, 188.9%가량 높은 수준의 시초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장한 지 4개월여 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올해 첫 '따따블'주로 유명한 테마주 우진엔텍을 제외하면 올해 공모주 평균 연간 수익률은 4.10%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진엔텍을 포함시켜도 34%에 그친다.
공모주 시장에 단기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순 신규 증시 입성 종목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이 공모 가격의 400%까지 확대되면서 공모주 투자 자체를 단기 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짙게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운용역은 "공모주 투자에 나서는 기관들은 공모주 시장이 예년같지 않으니 '공모 금액이 큰가', '큰 기관이 들어가나' 정도를 투자 기준으로 잡고 판단을 하는 분위기"라며 "수요예측 기간이 7일로 늘어난 것도 큰 효과가 있나 싶은 것이, 기간과 무관하게 가점이 언제부터 적용되느냐에 더 중점을 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
올해 최대어로 주목받았던 HD현대마린솔루션 또한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한 모습이다. 상장 이후 한때 20만원을 넘겼던 주가는 하락을 거듭하면서 15만원대로 떨어졌다. 코스피200지수에 특례 편입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주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향후 패시브자금 수급 기대감이 줄면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테마주에 해당하는 로봇 관련 기업이나 원전 관련 기업의 주가 수준은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기업인 엔젤로보틱스의 주가는 공모가를 하회하진 않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는 상장 첫날 주가가 225% 급등한 바 있다. 최근 주가는 3만원 후반대로 공모가 대비 81.5% 높은 수준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성장주에 속하는 만큼 순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부분에 대한 평가도 그리 박하지 않은 분위기다.
올해 첫 상장사인 발전소 계측제어정비 기업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5300원) 대비 300% 올랐다. 최근 주가는 공모가보다 670%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덕에 원전 가동률이 상승하면 실적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우진엔텍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300%가량 늘어난 상태다. 또한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고 3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하는 등 원전주로서의 수혜 또한 주가에 반영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단타장으로 변질된 공모주 시장에서, 호재에 따라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 위주로 살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라며 "다만 공모주 시장 자체가 규제 산업이 되어가고 있는 부분이나 규제가 적용돼도 업태가 나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