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 FI 자금 뭘로 갚나...신세계그룹 '부동산 활용' 주목
입력 2024.06.17 07:00
    신세계, 연내 FI 지분 1.15兆에 사주기로 합의
    그룹 지정 제3자 매수…새 FI 유치 가능성 작아
    크레딧펀드, 메리츠증 등 고금리 자금도 부담
    은행서 저금리 자금 조달하는 게 최선의 카드
    부동산 자산 활용 시 5%대 금리도 기대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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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과 에스에스지닷컴(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의 공동 행보는 ‘대승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남은 인슈는 연말까지 FI에 돌려줄 조단위 자금을 신세계그룹이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다. 

      고전한 경험이 있는 만큼 새 FI를 들이긴 쉽지 않고, 그룹 재무 사정을 감안하면 고금리성 자금에 손을 벌리기도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자산을 활용해 조달 금리를 낮추는 안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지난 4일 이마트와 신세계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BRV캐피탈 등 쓱닷컴 FI와 지분 매매계약을 맺었다. FI가 신세계그룹 측이 지정하는 단수 혹은 복수의 제3자에 지분을 매각하되, 매수인이 지정되지 않을 경우 그룹이 매수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전체 거래 규모는 1조1500억원이고 연내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수년간의 확장 정책, 본업의 부진, 신세계건설 지원 부담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는 게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그룹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양한 금융사와 투자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연내에 무리 없이 FI와 협력 관계를 정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쓱닷컴에 새로운 FI를 들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쓱닷컴 출범 후 FI 유치 자금을 한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터라 초기부터 FI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있었다. 이후 업황 부진 속에 FI의 회수 압박이 커졌고, 막판엔 세부적인 계약 문제까지 불거지며 진땀을 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FI간 관계가 좋지 않았더라면 법적 분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경영에 관여할 투자자가 빠져야 지마켓과 합병, 새로운 사업 확장 등 다양한 논의를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를 감안하면 새 주주를 유치할 유인이 많지 않다. 새 FI엔 보다 높아진 기업가치와 강화된 회수 보장 장치를 제공해야 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 일부 사모펀드(PEF)들이 투자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신세계그룹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진 못했다.

      크레딧펀드나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자금력은 충분하지만 신세계그룹이 10% 중반대 수익률을 보장하기는 쉽지 않다. 메리츠증권은 쓱닷컴 FI 회수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신세계그룹에 자금을 빌려줄 기회가 있을지 검토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 역시 10%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만큼 신세계그룹이 손을 잡기엔 부담스러운 대상이다.

      신세계그룹이 경영 관여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려면 결국 대형 금융사, 그 중에서도 시중은행과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도 투자 기회를 살피는 분위기다.

      최근 CJ올리브영 소수지분 거래를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글랜우드PE는 CJ올리브영 투자 지분 중 절반을 회사 자사주로, 나머지는 특수목적법인(SPC)에 팔았다. SPC에는 신한은행이 인수자금을 빌려줬고, 하나증권이 지급보증을 섰다. 통상의 자산유동화대출(ABL)보다 금리를 낮추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은 거의 100%로 인정받는 효과를 냈다. 대기업의 신용도에 기반한 거래인데, 신세계그룹도 이를 검토할 만하다. 금융사가 주축이 되면 경영 간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면 자금 조달 부담은 더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 전문 투자사에 부동산을 넘기거나 담보로 제공하고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혹은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고 그 자금으로 FI 자금을 직접 되사오는 방식도 가능하다. 최근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는 5%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신세계그룹은 3조원대 지마켓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성수동 이마트 본사 등을 팔았고, 스타필드 점포들은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 편입 가능성이 있다. 알짜 자산들을 먼저 활용한 모양새인데 그럼에도 그룹에는 아직 쓸 수 있는 카드가 많다는 평가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이사회가 선뜻 큰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작년말 기준 이마트의 유형자산 및 투자부동산 규모는 장부가 기준 11조원 이상이다. 대부분이 요지에 위치한 영업자산인 점을 감안하면 담보로 제공하거나 유동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실제 시장 가치를 따지면 장부가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도 수조원대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동시에 나서면 각각의 자금 조달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새 FI를 유치하려면 기존 FI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할 것인데 지금 시장 분위기에선 그런 조건을 자신있게 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무리하게 새 투자자를 찾기보다는 아직 부동산 자산이 많이 남은 만큼 이를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