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문전성시'ㆍ여당은 '패싱'...금융지주 '생존 대관' 시작
입력 2024.06.20 07:00
    금융사 대관들 관심은 야당에…신(新) 정무위에 컨택중
    야당 초선 의원 많아 '눈도장' 찍기...하루에 5팀 방문도
    금융당국, 금산분리 등 '당근'에도 존재감 옅어져
    금융위는 ‘고립무원’…내부 불만도 상당하단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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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야당(더불어민주당)은 벌써 정무위원회 의원들끼리 모여서 정례회의도 했어요. 가계부채 6법 등이 여기서 나온 내용입니다. 여당(국민의힘)은 아직 원 구성도 안했는데, 정책에 민감한 금융회사 대관들이 어디를 더 신경쓸 지 뻔한 상황 아닙니까?" (한 국회 관계자) 

      총선에서 압승하며 '여의도 권력'이 된 야당 국회의원실 앞으로 주요 금융회사 대관 담당 인력들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반면 금융정책을 담당할 정무위원회 구성조차 못한 여당 의원실 앞은 다소 한산한 모양새다. 정권 차원에서 밀어붙이던 공매도 등 금융관련 정책 주목도는 점점 떨어져가는 모양새다. 

      존재감이 옅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각종 아젠다 제안과 외부 활동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레임덕'(권력누수)을 넘어 '데드덕'(권력공백)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아직은 정책 입안 권한과 감독 권한이 현 금융당국의 손에 있어 금융회사들은 눈치보기와 양다리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정무위 구성도 민주당 먼저…대관 담당 바빠져

      18일 금융권 및 국회에 따르면, 현재 주요 금융지주 대관 담당자들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는 데 여념이 없다. 국회 정무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여야갈등으로 국민의힘이 사실상 ‘보이콧’을 하는 가운데 이 틈을 타 민주당 위원들 위주로 먼저 위원회가 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줄을 대고자 화분을 보내는 것은 물론, 민주당 소속 전임 정무위 위원들까지 챙기며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달리 정무위 구성을 마친 데다 실무진들도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 바뀌었고 대부분 초선의원들”이라며 “금융사들도 당장 급선무는 (야권쪽) 인맥 관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4명의 민주당 정무위 의원들 중 정무위 경험이 있는 의원은 3선의 강훈식 의원과 재선의 민병덕, 이정문 의원 세 명뿐이다. 법안 상정 안건과 의사 일정 결정 등 위원회의 여러 업무를 논의·조율하는 간사 역할을 맡은 강준현 의원 역시 정무위 경험이 없다. 현재로서는 간사인 강 의원실이 가장 붐비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루에 최대 5팀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초선 의원들 가운데서는 BC카드 노조위원장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위원장을 역임한 김현정 의원에 대한 금융사들의 주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초선 의원 비중이 높은 정무위에서 유일한 '금융통'으로 평가받는 인사다.

      야당 의원실 앞만 북적이는 현실에 대관 실무진들은 난처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관조직은 어느 한쪽 당 인사를 위주로 챙기면 안된다는 게 철칙이다. 좁은 국회 조직의 특성상 금방 소문이 도는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 여당은 아직까지 정무위 구성이 안 되어있어 대관들이 섣불리 인사를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아직 정무위 구성이 안된 상태에서 미리 인사를 다니다가 정무위에 오르지 못하기라도 한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라며 “반면 어느 곳엔 인사를 가고 어느 곳엔 안 가고 그런 소문들이 도는 것도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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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민주당, 금융 정책 연일 쏟아내며 맹공…대관 담당들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

      민주당이 연일 금융권 정책을 쏟아내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점도 금융사의 입장에선 ‘뜨거운 감자’다. 민주당은 최근 햇살론의 재원인 서민금융보완계정에 은행의 참여율을 높여달라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중이다. 햇살론의 은행 참여 역할을 강조하는 해당 법안은 야당이 제기했다 무산된 은행권 횡재세의 ‘대안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정 조건 아래 은행권이 순이자수익을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내용을 담은 횡재세도 민주당의 주도로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작년 기준 최대 조단위 수준의 순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은행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금리 산정 체계를 합리화하는 내용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이나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 소상공인의 간편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안 등도 이번 국회에서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아젠다다. 은행권 경영에 직접 연결될 이슈인 만큼 금융지주 대관들이 이와 같은 야권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대관라인 관계자는 “민주당 쪽에서 연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금융권 아젠다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대관쪽에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여당과 달리 이미 정무위 위원 구성도 마쳤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위주로 먼저 인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립무원’ 금융당국, 현안 주도 위해 힘쓰지만 역부족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쪽 현안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 더욱 현안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관라인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공허한 외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 원장이 온 뒤로 금감원이나 금융위가 국회와 소통이 잘 안된다는 느낌이 강하다”라며 “금감원의 ‘국회 패싱’이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 책무구조도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금융 현안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한 업계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월 해외 출장에 나서 '밸류업' 영업을 한 데 이어, 오는 7월 동아시아ㆍ태평양지역 금융감독기관장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취임 2년새 벌써 6번째 출장이다.

      금융당국의 활발한 '존재감 과시'에도 이를 바라보는 금융사들의 표정은 떨떠름하다는 평가다. 금융위의 금산분리 완화 정책으로 인해 알뜰폰이나 배달앱 등 '신규 사업'이 진행될 수 있게 됐지만, 아직까진 수익사업이라기보단 '부가서비스'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 주도로 진행되던 검사 및 제재들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업계 불만만 쌓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는 여소야대 국정에서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책무구조도나 밸류업 등의 아젠다들도 총선 이후 힘이 빠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두고도 대외적인 리더십 부족이나 대통령실과의 소통 미비에 대한 이야기가 적잖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금융지주 이사회 소집부터 은행장, 부행장들을 소집해 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비공식적인 자리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아직은 정권이 3년이나 남은데다, 정책 및 감독권한을 현 금융당국이 쥐고 있으니 아예 척을 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게 대관 담당 실무진들의 고충이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워낙 이 원장의 입김이 초기부터 셌고, 검찰에 자료공유 형식으로 넘겨준다는 소문도 파다한 만큼 현안을 무시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다만 정권 초기보다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 양쪽을 챙겨야 하는 만큼 업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