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인기 늘며 SI와 제휴 기대감도 커져
해외가 볼트온하고 회수 상대 찾기 수월
해외 자금 유입에 당분간 고공행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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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 뷰티 산업이 각광받으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투자업계에서는 'K-뷰티'의 후속주자로 미용 의료기기 산업을 꼽고 있다. 해외 수출 호조로 실적이 개선되는 데다, 최근 M&A 사례에서 보듯 해외 기업들의 관심도 확인됐다. 사모펀드(PEF)들은 새로 의료기기에 투자하거나 기존 포트폴리오를 키운 후 해외서 회수 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의료기기 업체는 '클래시스'다. 클래시스는 국내 미용기기 슈링크를 주력 판매하는 회사로 기기 매각 후에도 꾸준히 소모품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회사는 2022년 베인캐피탈이 인수한 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는데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인수금융 자본재구조화(리캡)을 단행하기도 했다.
베인캐피탈은 클래시스 기업 가치를 더 높일 방안을 검토 중인데 볼트온(Bolt on)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내에선 유사 사업을 하는 이루다의 지분 일부를 인수했는데 미국, 유럽 등 해외 소재의 피부 미용 의료기기 업체도 잠재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볼트온 방식 외에 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앤컴퍼니도 작년 피부미용 의료기기사 루트로닉을 인수했다. 작년 중 투자금 일부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작업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는데 일정이 차일피일 늦어졌다. 대주단들의 궁금증이 이어졌는데 그 사이 한앤컴퍼니는 볼트온을 단행했다. 올해 루트로닉을 통해 미국 의료기기사 사이노슈어를 인수했고, 이후 그에 맞춰 인수금융 대주단 구성을 마무리했다.
주요 PEF가 국내 의료기기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선 인지도를 높여줄 볼트온 기회나 후한 값을 쳐줄 바이어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산업은 과거 막대한 투자 비용으로 '돈 먹는 하마' 취급받았지만 이제는 캐시카우로 탈바꿈했고 해외 수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풀리지 않은 PEF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는 수십조원에 이르는데 의료기기 사업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일부 PEF는 블라인드펀드의 최대 30%까지 미용기기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어파트너스가 지난해 인수한 의료기기 업체 바임은 해외 수출 실적이 늘면서 기업가치가 급성장했다. 바임의 작년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0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두 배 가까운 성장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당시 1000억원 수준이었던 바임의 기업가치도 장기적으로 최대 1조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미 기업가치가 투자 원금을 넘어섰기 때문에 미래 기업가치를 인정해줄 해외 인수 기업(SI)을 물색할 계획이다.
클래시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800억원으로 인수 직전 대비 80% 늘었는데 이 역시 수출 확대 효과가 컸다.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메디트 역시 탄탄한 해외 판매 네트워크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프랑스 투자사 아키메드그룹은 공개매수 방식으로 제이시스메디칼 경영권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칼라일그룹 등 굴지의 PEF들이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아키메드가 승리하게 됐다. 기존 대주주 지분 포함 1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거래다.
이는 2018년 로레알의 스타일난다 인수 후 드물게 나온 프랑스 자본의 대형 투자 거래다. 한동안 뜸했던 해외 자본까지 한국 의료기기 시장에 눈을 돌렸다 볼 여지가 있다. 이는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기존 투자 PEF들의 회수 고민은 한결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엔 미국과 유럽 외에 중국 '큰손'들도 국내 보톡스 및 초음파 재생 의료기기 회사 매물을 물색하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중국 자본 역시 한동안 한국 투자가 뜸했지만 다시 재개하는 순간 시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다. 시장에서는 올리지오 제조사 원텍, 실펌엑스 제조사 비올, 리쥬란 제조사 파마리서치 등이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회사는 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PEF 관계자는 "국내 화장품 산업에 한 차례 바람이 불었고, 메디칼(의료기기) 쪽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라며 "대부분 해외 동종 기업들과 합병시켜 가치를 높인 후 해외에 매각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