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일임운용, 계열사 ETF 몰아주기용 '변질'...수익률도 '그닥'
입력 2024.06.24 07:00
    신한운용, 일임운용 부서 강화·인력 확충
    DB운용도 계열 보험사 자산 39조원 맡아
    기존 운용 전문성 강화서 ETF 경쟁 변질
    보험사서 전담 관리…일임운용 회의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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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운용 전문성을 이유로 계열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일임운용’ 행태에 비판이 나온다. 계열사 운용자산(AUM) 부풀리기용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지는 ETF 몰아주기용으로 남용되고 있다. 

      반면 수익률은 금리인상기에도 이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임운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이 보험사 자산을 일임운용하는 부서를 확장하고 있다. 작년에 채권, 주식 등 전통자산 부서를 만들었고, 올해에는 대체자산을 강화하고 있다. 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일임자산 운용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조직 및 인력 확충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신한금융뿐만이 아니다. DB금융은 올해 DB생명보험과 DB손해보험의 보험자산 39조원을 DB운용에 일임으로 맡겼다. 그 결과 DB운용은 운용자산(AUM) 기준 업계 순위 10위로 올라섰다. DB운용은 DB손해보험 자산운용리서치 총괄을 맡고 있는 홍한표 상무를 영입해 LDI운용 2본부장을 맡기는 등 일임 운용부서도 확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자산을 계열 운용사에 맡기는 일임운용은 삼성생명이 원조로 여겨진다. 다만 최근 펼쳐지는 양상은 처음 시작했을때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란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2015년 국내 최초로 삼성자산운용에 일임운용 조직인 LDI전용본부를 만들고 국내외 주식, 채권 운용자산 50조원을 넘겼다. 이후 2016년에는 한화생명이 한화자산운용에 자금 58조원을 일임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에 자금을 맡긴 이유는 자산운용의 전문성을 위함이었다”라며 “이를테면 삼성생명에서 채권펀드에 자금을 넣으면 여러 금융기관 자금이 섞이게 되는데 자산운용 전략 노출을 막기 위함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일임운용은 본래의 취지와는 변질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삼성생명만 하더라도 일임운용 자산의 상당부분을 ETF를 통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공시 및 삼성생명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KODEX ETF에 운용 중인 자금만 18조원에 이른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일임자산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는 내부에서만 알 수 있다”라며 “알려진 바로는 ETF 보수인하 및 자산운용사간 ETF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생명 운용자산 상당수가 ETF를 통해 운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ETF 경쟁을 벌이는 다른 운용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ETF 3위 싸움을 벌이는 KB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도 일임자산을 기반으로 AUM 및 ETF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각 자산운용사의 올해 1분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170조5000억원의 전체 일임자산 중 85.3%에 달하는 145조4000억원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계열 보험사에서 일임받았다. KB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역시 전체 일임자산 대비 계열 보험사 일임 비중이 각각 77.3%, 70.4%에 달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일임운용 자산을 더해서 AUM을 키우고, 더불어서 ETF 순위 경쟁에도 활용하고 있다”라며 “경쟁이 가열되다 보니 일임받은 자산을 여기에 붙였다 저기에 붙였다 하면서 순위 경쟁에 활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임받은 자산운용사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산운용을 일임 받았지만, 실질을 따지고 보면 보험사에서 자산운용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 자산운용 인력이 그대로 자산운용사로 배치되고, 실제 인사권도 보험사에서 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오히려 자산운용사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말도 나오는 판국이다.

      한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부에서 일임운용을 하는 곳과 교류가 거의 없다”라며 “직원도 보험사에서 보내거나 알아서 충원하는 구조다 보니 자산운용사의 전문성을 못 믿는다라는 말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률을 보면 그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다. 저금리 시대에도 3%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자산운용 수익률은 여전히 이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올해 1분기 생보 및 손보 평균 운용자산수익률은 2.62%로 일임운용을 맡긴 곳들도 수익률이 채 4%가 되지 않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올만한 수익률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