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핵심 사업들 맡은 3형제 보좌진도 주목
컨설팅·해외MBA 출신 위주…비서실 라인이 실세
로봇 푸드…신사업 투자위한 IB 모으는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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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재계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그룹 중 하나다. 일찍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사장,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그룹의 사업을 나눠 맡으며 경영권 승계가 정리됐다. 연이은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했고 올해부터는 3형제가 보수를 늘리는 등 경영권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지금 각 계열사의 CEO, CFO 등 경영진 외에 3형제 가까이서 ‘키맨(key man)’ 임원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사업 전반에 대한 이슈 외에 그룹 지배구조, M&A(인수합병)나 해외 투자 등 시장성 업무를 맡아하는 이들이 ‘뉴 한화’의 실세로 떠오를 수 있다.
한화 오너가는 임원들에게도 엄격한 자기 관리를 요구하는 등 그룹 전반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짙다. 대신 한 번 임원이 되면 끝까지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그만큼 임원들의 충성도가 높다. 한화그룹과 거래하려는 곳은 임원 중에서도 '실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룹의 핵심이자 미래 사업인 방산과 조선, 항공우주,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부회장 가까이서 굵직한 수명(受命) 업무를 담당하는 키맨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정서영 전무가 꼽힌다.
정서영 전무는 1976년생으로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전략실 전략2팀장을 맡고 있다. 와튼스쿨 MBA 출신인 장 전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으로 ㈜한화 방산부문 전략파트장으로 근무했고, 2019년부터는 에이치솔루션 기타비상무를 맡았다.
정 전무는 한화에너지에서 계열사들의 미래 전략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내 지배구조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계열사로 꼽힌다. 2021년 한화에너지는 한화토탈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거나 에이치솔루션 흡수합병 등 지배구조 관련 주요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했는데, 이를 이끈 것이 당시 전략부문장(상무)을 맡고 있던 정 전무다. 공로를 인정받은 정 전무는 2021년 10월 정기 인사를 통해 전무로 승진했다.
김동관 부회장을 보좌하는 한화그룹 전략 라인은 옛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처럼 중추이면서 업무 강도는 그보다 낮은 '알짜 일자리'란 평가가 있었다. 과거 한화그룹은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투자은행(IB), 컨설팅 인사들을 끌어모았는데, 이 인사들이 그룹에서 각 계열사로 옮겨서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한화생명을 필두로 그룹의 금융산업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특히 핀테크 등 금융 신산업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6년 케이뱅크와 2019년 페이코에 이어 최근 한국신용데이터(KCD) 투자도 추진하면서 직접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벤처캐피탈(VC) 펀드뿐 아니라 국내외 사모펀드(PEF)에도 출자하며 간접 투자도 활발하다. 이외에도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 전반에서 신사업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동원 사장을 보필하는 키맨으로는 한화생명의 엄성민 전무(1976년생)와 박성수 상무(1977년생)가 꼽힌다. 엄 전무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MBA, 와튼 스쿨 경영학 석사 등을 거쳐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다 2012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합류했다. 2014년 한화생명 CFO(최고재무책임자, 상무)에 오르며 김동원 사장과 발을 맞춰왔다.
현재 한화생명 금융비전Unit 담당임원인 엄 전무는 2021년 7월, 김동원 부사장이 겸임했던 전략부문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후 그 자리를 맡았다. 당시 김동원 사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임원 직제가 한 단계 상향했고 엄 전무는 상무에서 전무로 직급이 변경됐다.
박 상무는 공식적으로는 사내에서 대체투자사업 업무를 맡고 있지만, 사실상 김동원 사장 가장 가까이서 해외 M&A 발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박 상무는 김동원 사장의 해외 투자자 만남 등 잦은 해외 출장에 항상 동행하는 ‘오른팔’로 알려져있다.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박성수 상무는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에 올랐다.
박 상무는 2019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도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오너가를 가까이서 보필하며 그룹 내 핵심으로 꼽히는 비서실 라인과도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의 박성수 상무는 임원들 사이에서도 ‘실세’로 통하고 그룹 비서실과도 관계가 좋다“며”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김동원 사장 가까이서 보필하다 보니 ‘김동원 사장에 닿으려면 박 상무를 통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전략본부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전략본부장)과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전략기획담당)을 겸직하며 신사업을 두루 살피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만큼 젊은 전문가들이 속해 있는 신사업 TF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 가까이에 외부 사모펀드(PEF)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데 여러 영역을 살펴야 하는 만큼 업무 강도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김형조 대표를 제외한 이사 3명을 동시에 교체하는 변화를 꾀했다.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오른 김동선 부사장이 영향력을 키우고 신사업에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측근을 전진배치하는 결정으로 해석된다.
새로운 이사진에는 조준형 재무실장, 최석진 미래전략실장, 배준연 한화갤러리아 영업본부장 등 70년대생이 합류했다. 이들 모두 김동선 부사장과 인연이 깊은 인물들이다. 조준형 실장은 그룹의 재무통이고, 최 실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은 전략 부문 직속이다. 최 실장은 지난 2022년 설립된 마장 개발 자회사 '한화넥스트'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의 주요 관심사는 로봇·푸드테크가 대표적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외식 사업부문 자회사인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바꾸고 푸드테크 사업 강화에 나섰다. 한화푸드테크는 올해 2월 미국의 로봇 제조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한 뒤 로봇 제조 피자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난해에는 미국의 3대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국내에 들여오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한화갤러리아의 PR 조직에서 김동선 부사장의 행보를 알리는 등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들어선 한화생명도 PR전략팀을 신설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이에 대해 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김동원 사장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 관심이 많은데 아직 한화생명과 김 사장의 존재감은 해외에서 크지 않다"며 "김동선 부사장의 활약이 조명되는 것을 보고 한화생명이 새 지원 조직을 꾸렸을 것이란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