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밸류 우려에도 유압기기 사업부 인수 강행 등
회사에 대한 미련도 거론…플랜트 밸류체인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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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에 빠져 두산솔루스·두산건설 등 알짜 자회사를 대거 매각했던 두산그룹이 본격적으로 '주워담기'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엔 과거에 경영권을 매각했던 모트롤을 인수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과거 매각했던 계열사들을 다시 인수해 나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공업·플랜트·건설 중심의 과거 그룹의 주축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단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으로 인해 계열사 신용등급도 상승하면서 공모채 발행 등 자금조달 여력이 늘어난 점도 이같은 움직임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두산밥캣은 중장비용 유압 기기 제조사 모트롤 지분 100%를 2460억원에 인수했다. 오는 9월 말 거래가 종결되면 2020년 6월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와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경영권을 매각한지 3년 만에 회사를 되찾게 된다.
최근엔 모트롤에 이어 두산건설 재인수 가능성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두산건설의 경영권을 보유한 큐캐피탈파트너스는 늦어도 2026년까지 두산건설의 경영권을 매각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두산그룹 내부에서는 박정원 회장과 박지원 부회장 등 오너 일가들의 재인수 의지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은 두산그룹 유동성 위기의 단초가 된 회사이지만 박 회장 일가의 애정이 각별히 드러났던 회사다. 박 회장은 2016년 그룹 회장직에 취임하기 전까지 2007년 두산건설 부회장, 2009년 두산건설 회장에 오르며 장기간 두산건설을 이끌어 왔다.
재인수 거래가 진행된다면, 인수 주체는 두산에너빌리티(舊두산중공업)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두산건설 후순위 지분(약 56%) 3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재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경영권 매각 당시 재매입 옵션을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모트롤 거래와 같이 비교적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근 두산밥캣이 인수한 모트롤은 과거의 온전체가 아닌 방산 부문(MNC솔루션)을 떼내고, 굴착기·크레인 등 유압기기를 제조하는 사업부만 남아있다. 분할한 MNC솔루션은 기업가치 1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 알짜 회사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유압기기의 사업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기준 모트롤은 영업손실 6억원을 나타냈다. 중국 건설경기 침체로 장쑤성 장인 공장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평가 받지만, 2500억원을 투입해 인수를 단행했다.
두산건설은 올해 연간 매출 2조원, 영업이익 8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매각 당시 영업이익이 100억원 남짓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비영업자산인 일산 제니스 상가 및 포천 칸 리조트(한우리 월드 리조트)를 처리하면 기업가치는 더 늘어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두산이 재무약정 종결 때문에 매각 과정에서 지분을 남기면서 여러 조건을 걸고 팔았던 자산들이 꽤 많다"며 "그중에서도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원흉이지만 회사에 대한 미련도 많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다만 두산그룹은 현재는 인수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룹은 "두산건설을 사들일 계획이 없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혀왔다.
최근 자본시장에서 두산그룹의 행보는 4년 간의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두산의 신용등급은 4년 만에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올랐다. 그간 사모채 위주로 비용을 조달했지만, 금리 부담이 줄어들자 조만간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도 실시할 예정이다.
2020년 두산그룹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종결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알짜 회사들을 처분했다. 골프장을 비롯해 두산솔루스(7000억원), 모트롤(4530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등 3조1000억원 규모의 자산이 대거 매각됐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추가 M&A가 단순한 '주워담기'를 넘어 그룹사 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 계열사들을 되살려내는 것이 그룹의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인 데다, 플랜트부문의 수주잔고 확대와 건설기계 부문의 시장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적자 기업치곤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모트롤 인수를 강행했듯, 밥캣이나 에너빌리티의 해외 수주로 현금이 충분한 상황에선 추가 M&A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