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그리드 사태 이후 심사기조 강화는 우려
"주관사에 밸류에이션 맡길 듯…상장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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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남매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 중인 국내 단체급식업체 아워홈이 상장 계획을 밝혔지만, 증권가는 심드렁한 분위기다. 최근 최대주주 분쟁 가능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노그리드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를 무효화하는 등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 리스크에 예민한 만큼 상장 자체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란 지적이 다수다.
일각에선 아워홈이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혀 자본시장에서 이목을 끌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분 매각 외에도 상장이란 선택지가 추가로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 이들로 하여금 밸류에이션(Valuation)을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워홈은 지난 21일 국내 주식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올해 안에 기업공개 주관사를 가능하면 선정할 예정이다. 아직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가 송부되진 않은 상태로 파악된다.
다만 아워홈의 오너일가가 몇년째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2016년 경영일선에 뛰어든 장남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2021년 보복 운전 등 논란을 빚으며 해임된 것이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다. 당시 장녀인 구미현씨와 차녀 구명진 이사, 막내 구지은 전 부회장은 이를 위한 공동 의결권 행사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구미현씨가 주주총회에서 배당 456억원을 요구했지만 부결되면서 구지은 부회장과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구미현씨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함께 구지은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제지했고 지난 18일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거래소는 최대주주 리스크를 다소 엄격하게 살피는 편이다. 과거 신라젠 사태 이후 경영진의 횡령 등 리스크로 인한 투자자 피해 사례를 겪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으며 대주주 적격성 논란에 직면한 바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빗썸 또한 최대주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사법리스크가 걸림돌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이노그리드 사태로 거래소의 최대주주 법적 리스크에 대한 심사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이에 아워홈의 상장 추진 계획을 두고 진정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아워홈이 주요 증권사들을 주관사로 선정, 매각 절차를 위한 밸류에이션을 맡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상장을 추진 중인 DN솔루션즈 또한 선정한 주관사들로 하여금 상장을 위한 밸류에이션이 아닌,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목적의 밸류에이션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상장 자체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매각 말고도 상장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에 급하지 않다는 시그널을 주고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교보생명이 상장 자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있음에도 이따금씩 상장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유사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2022년 기준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구지은 부회장 체제 하에 해외 매출 비중이 확대되는 등 실적이 개선되며 기업가치 또한 제고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그러나 구지은 체제가 막을 내리면서 추진돼 오던 해외사업과 푸드테크 등 신성장 동력이 사라질 수 있는 우려가 고개를 든 바 있다. 장남·장녀 동맹은 경영권 매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짙다.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삼을 만한 기업들의 주가순이익비율(PER)은 4~7배 수준이다. 현대그린푸드(7.64배), CJ프레시웨이(4.7배)의 평균 PER을 아워홈의 지난해 순이익(707억원)에 적용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4362억원 수준이다. 물론 해외 유사 기업을 포함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장남·장녀 동맹 아래 아워홈의 실적 개선 여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다만 매각 이후 범LG 계열 이탈로 인한 매출 급감 등의 리스크는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캐시플로우가 나오는 기업이어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볼 수 있는 매물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매각가다"라며 "그 전까지 구미현 신임 회장이 아워홈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선 중요해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