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자 희망가 맞추기 쉽지 않다 시선도
결국 자금력 어떻게 보충하느냐가 핵심
기대 낮던 케펠, GIC 지원 업으며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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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비트 매도자와 원매자의 논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펠인프라의 존재감이 부상하고 있다. 케펠은 당초 경쟁자보다 자금력이 달리고 의사 결정도 늦다는 점 때문에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런데 싱가포르투자청(GIC)이 뒤를 받칠 가능성이 거론되며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올해 최대 M&A 거래 중 하나로 꼽히는 에코비트 매각은 IMM PE·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칼라일그룹, 케펠인프라스트럭처트러스트, 거캐피탈파트너스 등 국내외 투자사 4파전으로 좁혀졌다.
인수후보들은 지난 17일부터 인수 실사에 돌입했다. IMM 컨소시엄은 BDA파트너스, EY한영, 베인앤컴퍼니 등 자문단을 꾸리며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칼라일그룹은 라자드를 인수 자문사로 정했고, 케펠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커머셜실사(CDD)를 맡겼다. 본입찰은 8월께 진행될 전망이다.
에코비트 매각은 태영건설에서 촉발된 태영그룹의 재무 위기를 해소할 핵심 카드다. 에코비트 지분 절반을 가진 KKR의 이해관계까지 충족하려면 적어도 2조원대 초중반은 돼야 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KKR은 당초 에코비트의 상장(IPO)을 원했지만 태영그룹의 처지, 증시 상황 등을 고려해 매각에 협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 쪽에선 에코비트의 가치에 의문을 갖고 있다. 특히 매립지 사업은 사용 연한이 몇 년 남지 않거나 인허가 단계에 머문 것들이 많아 큰돈을 쓰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2조5000억원이라면 60%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더라도 1조원대 지분투자금(Equity)이 필요하다. 그 중 절반을 프로젝트펀드로 모으더라도 5000억원을 혼자 모아야 한다.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는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전도 따로 참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독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엔 녹록지 않다는 판단 아래 예비입찰 참여 직전 전격 손을 잡기로 했다. IMM PE는 경영권 관리, IMM인베스트먼트는 자산 관리 면에서 힘을 보탤 전망이다.
칼라일그룹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에코비트 인수전을 추진하는 분위기다. 인프라 투자에 강점이 있는 맥쿼리 출신 인사들이 이번 거래를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사의 자산을 받아오는 것을 반기지는 않지만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이번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 인프라 시장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도가 높지는 않은 만큼 완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캐피탈의 상황도 칼라일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계 자금에 기반한 홍콩 운용사인 거캐피탈은 주로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왔는데, 투자 영역 다변화 차원에서 에코비트 거래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인프라 투자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 과거 한국 시장서 몇몇 대형 부동산 투자 거래로 이름을 드러낸 적이 있다.
싱가포르 운용사 케펠은 ‘인수 후 초장기 보유’ 특유의 전략을 펴기 때문에 에코비트 M&A에 적합했지만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2년 전 IMM인베스트먼트의 환경 기업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를 7700억원에 인수했는데 에코비트는 세 배 가까이 덩치가 크다. 케펠은 의사 결정의 속도도 늦는 편이라 자문사나 투자자들의 선호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케펠이 현 시점에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거래는 결국 누가 지분 출자금을 잘 모으고 장기 투자 의지가 있느냐 싸움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케펠 측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GIC는 케펠의 주요 출자자(LP)로 우량 자산을 회수 시기를 정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는 전략에 관심이 많다. 안정적으로 배당을 얻을 수 있다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케펠은 EMK 인수 때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펠 뒤에 GIC가 붙으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케펠이 가장 앞서나가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