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대상이지만 향후 범위 더 커질거란 관측
PF 사업성 개선안 따라 충당금 압박 더 커져
'증자' 카드도 금융지주 '뒷 배' 없으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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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이 13년 만에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치솟자,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이다.
저축은행업권은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당국은 일단 부실 저축은행 3곳을 특정해 평가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서는 대상이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국의 계속되는 충당금 압박에 일각에선 "증자까지 해서 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부실 저축은행 3곳을 대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실시한다. 이번 평가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저축은행이 대상인데, 안국·에스앤티·라온·동양·상상인플러스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저축은행은 올 1분기 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이 8.8%를 기록했다. 2021년 말 2.5%에서 3배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를 초과한 저축은행도 전체 79개사 중 절반이 넘는 46개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경영실태평가까지 실시하며 저축은행을 압박하는 이유다.
경영실태평가는 '적기시정조치'가 가능하단 점에서 저축은행들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통상 경영개선권고와 요구, 명령 3단계로 진행된다. 이 중 권고와 요구는 강제성이 없지만, 명령은 강제성을 띤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명령 조치가 나왔고, 대다수의 저축은행들이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퇴출된 바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적기시정조치까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평가라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평가 대상도 일단은 세 곳이지만, 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상은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저축은행업권에 대한 충당금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당국은 올해 초부터 저축은행의 PF 자산에 대한 건전성 분류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 내부에선 충당금을 쌓느라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낮아질 수 있는 건 예상된 결과인데, 당국이 경영실태평가까지 진행하며 저축은행을 압박하는 건 '너무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3조6213억원으로, 지난해 말 2조2148억원 대비 63.5% 증가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이 2407억원으로 전년 동기 1558억원 대비 54.5% 증가해 폭이 가장 컸고, 뒤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51.3%), 신한저축은행(27.8%) 등 순이었다.
앞선 관계자는 "당국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에 대한 PF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다만 이는 일시적 요인으로, 충당금을 늘리면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데 경영실태평가까지 실시하는 건 가혹한 처사"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저축은행의 충당금 적립 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3일 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저축은행은 브릿지론과 본PF, 토지담보대출에 대한 충당금 부담이 증가한 탓이다. 그동안 '정상' 또는 '요주의'로 분류했던 사업장 다수가 '고정이하'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
크레딧업계에서도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충당금 부담은 올 3분기가 정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F 건전성 분류가 마무리되면 저축은행의 PF 충당금 규모는 최대치가 될 것"이라며 "오는 3분기가 고비가 될 것이라 보고, 신용도 관점에서 일부 저축은행들을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오는 3분기부터 저축은행들이 충당금을 쌓기 위해 유상증자를 본격화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최근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를 검토하며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충당금을 쌓느라 적자 전환한 저축은행이 상당수인데, 당국이 건전성 분류 기준을 더 강화했다"며 "저축은행들은 증자까지 해서 충당금을 쌓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