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롯데손보 본입찰 앞두고 25일 동양ㆍABL MOU 체결
하나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 '양 다리'...매수 경쟁자 없는 탓
인수 후 꾸준한 비용ㆍ자원 투입 필요한데 재무상황 뻔해
주주환원엔 부정적..."임종룡 회장 왜 '조급증' 평가 듣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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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주자본비율(CET1)을 관리해야 하는 우리금융의 인수합병(M&A) 예산 한도가 빠듯하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매물을 두고 다툴 경쟁자가 없으니 '슈퍼 갑' 행세를 할 수 있는 거겠죠."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5일 중국 다자보험과 동양생명ㆍABL생명 패키지 인수를 위한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오는 28일 롯데손해보험 본입찰을 불과 3일 앞두고 내린 결정이었다.
'비구속적'이라고는 하지만, '배타적 실사 기간'을 보장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금융은 외부 전문기관을 포함, 롯데손보 실사에 참여했던 팀을 동양ㆍABL에도 투입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이 두 매물을 모두 인수해 생명보험ㆍ손해보험 포트폴리오를 일거에 갖출 계획이라면 큰 상관이 없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우리금융의 M&A 여력은 2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롯데손보와 동양ㆍABL생명 두 매물 모두 예상 가격이 2조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택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장 상황이라면 매물 하나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에 '양 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라며 "매물이 넘쳐나는 비은행 금융사 M&A 시장에서 우리금융이 사실상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일찌감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M&A 시장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비은행 확장에 여전히 관심이 많은 하나금융은 지난 5년간 계열사에 5조원을 투입하며 이중레버리지비율 등 확장 여력을 소진한 상태다. 한때 비은행 M&A 시장에 관심을 보이던 지방금융지주들은 부동산ㆍ지역 경기 악화로 인해 대손충당금을 쌓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나 홀로 쇼핑'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인대회'가 끝난 이후다. 지갑 사정이 뻔한데 인수 후 통합(PMI)에 투입할 자원이 남아있는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진행 중인 비은행 확장이 과연 주주들에게도 유리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롯데손보는 물론, 동양ㆍABL생명 패키지 역시 최고의 매물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올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ROE는 10%, ABL생명은 4%로 수익성이 좋은 상태라곤 보기 어렵다. 매수 가격 2조원 기준 대략 4조원의 자본을 2조원에 사오는 셈인데, 현재 생명보험사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1배임을 고려하면 60%가 넘는 프리미엄을 지급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당장 가칭 '우리투자증권' 출범에 투입해야 할 자원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라이선스 추가 신청 과정에서 '기본 영업을 위해 당장 내야 하는 서류만 한 트럭'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점점 자체 북(book)이 중요해지고 있는 증권업계에서 불과 1조원의 자본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운용에 거의 제약이 없어 '치트키'로 불리는 '종금형 CMA'를 활용하더라도, 향후 수 년간 단계적 증자는 불가피할 거란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전산(IT) 부문이다. 그룹 고객군과 시너지를 내려면 리테일(소매) 부문 접점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트레이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한국포스증권은 이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개발 부서를 새로 세팅하고, 시간과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 속도ㆍ안정성ㆍ직관성에 풍부한 정보까지 담아내야 하는 트레이딩 시스템은 개발 난이도가 낮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험사 역시 인수한다고 끝이 아니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이후 4년 가까이 극한의 노사 대립을 겪었다. 신한금융은 2년의 준비를 거쳐 합병법인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키고도 1년 넘게 전산 통합을 완료하지 못했다. 보험사는 특히 사람이 재산인만큼 인사 관리가 PMI의 핵심으로 꼽히는데, 비은행 출신이 거의 없는 우리금융 조직 특성상 적임자를 찾기부터가 힘들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일련의 비은행 확장이 주주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따져볼 문제다. 올들어 우리금융 주가엔 'M&A보다는 주주환원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속적으로 투영돼왔다. 올해 우리금융 주당 배당금(DPS) 컨센서스는 주당 1100원 안팎으로, 예상 배당수익률이 8%에 가까운 상황이다.
M&A에 수반될 비용을 감안하면 '기대를 넘어서는' 주주환원은 당분간 불가능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동양ㆍABL생명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진 27일 오전, 우리금융 주가는 장중 2.7%까지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과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이 주로 물량을 던졌다.
최근 1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또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체계에 여전히 구멍이 나있는 가운데, 외형확장 일변도의 전략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해당 사건 관련,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주재로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서도 롯데손보 등 M&A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내부통제 및 자본적정성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그림대로라면 우리금융은 4위 은행과 6위 생명보험사, 18위 증권사를 거느린 '종합금융그룹'이 되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소폭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연임을 위해 1년 반 안에는 성과를 내야 하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왜 안팎으로 '조급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