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으로 재무부담 큰데 조달 여건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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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일진머티리얼즈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이 막대한 가운데 자금조달 여건도 악화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계열사 지원을 맡고 있는 그룹의 중추 기업인만큼, 자금조달을 통한 재무개선 필요성이 거론된다.
27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롯데케미칼(AA)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다고 밝혔다. 지속되는 실적 부진과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연간 34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은 전년 말 55.1%에서 65.5%로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투자 부담으로 자금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1조2000억원이 부담으로 돌아온 탓이다. 각각 3~4000억원 규모의 1년·2년·5년 트렌치로 나눴고 1년물은 이미 올해 3월 만기가 도래했다.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롯데케미칼은 1년 만기연장을 추진, 내년에 상환해야 할 규모만 7~8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통상 신용등급 하락이 채권 EOD(기한이익상실) 사유인 걸 고려하면, 이후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하더라도 조건이 조금 더 엄격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곳간이 충분치 않은 영향으로 연초 만기가 도래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융도 만기 연장했다. 2조70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샀기 때문에 금융 부담이 적지 않다"라며 "현금 확보 수요가 있어 업계서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하향으로 당장 회사채 조달 여건부터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연초부터 증권가와 논의를 진행했으나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1분기에는 롯데건설 부실 우려가 불거지며 일정이 연기됐고 이후엔 등급 전망 하향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면서 발행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이 보수적이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등급 아웃룩이 조정되면서 한 번에 발행할 수 있는 규모도 보수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롯데케미칼이 기관투자자들에 등급 방어논리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투심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이외의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단 시각이 나온다. 재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금 확보 필요성은 큰데, 회사채 발행 여건은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8월, 1000억원 규모의 CP와 1350억원 규모의 2년물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고 알려진다.
롯데케미칼 내부에선 재무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로 그룹의 한 축이란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이 떨어지자, 계열사들 전망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내부에선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면 비주력 사업부 정리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도 롯데케미칼 실적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위한 사업부 조정 등의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