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드바이저리 부서서도 이탈…경쟁력 우려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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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의 기업금융(IB) 부문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과급 체제나 수준에 불만족한 주니어 직원들이 주로 회사를 떠났지만, 최근 들어선 실무 책임자급인 팀ㆍ부장급도 자리를 옮기는 모습이 감지된다.
사내 문화ㆍ승진 기회ㆍ처우 이슈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실무자급의 잇딴 이탈은 결국 IB 부문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IB부문 산하에 있는 신디케이션팀 임원 4명이 지난 5월 타 증권사로 소속을 옮겼다. 최승용 팀장, 정문철 부장, 김윤수 부장 등 3명이 하나증권 IB본부로 이직을 했다. 안성현 신디케이션팀 부장은 SK증권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팀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인 상태다. 인력 추가이탈 조짐 또한 감지되는 중이다.
신디케이션팀 뿐만 아니라 어드바이저리(Advisory) 본부에서도 인력 이탈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최근엔 박세준 Corporate Finance 2팀 부장을 비롯, 총 2명의 인력이 유진투자증권으로 둥지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잇단 인력 이탈의 배경을 일반화하긴 어렵다. 삼성증권 측도 "증권사는 인력 유동성이 많은 조직이며 이직은 개인의 사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속적으로 IB 인력이 이탈하고 있고, 주니어에서 최근 시니어 그룹까지 이탈이 확산되는 데 대해 증권가에서는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단 제한된 승진 기회,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문화로 인한 업무 기회 축소, WM 대비 상대적 박탈감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선 연초의 성과급 여파가 아직 잦아들지 않았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난 2월 성과급 지급 이후 한두 달 사이 복수의 주니어 인력이 NH투자증권 등 경쟁사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IB 부문 백오피스 직원의 '성과급 인증 사태' 이후 박탈감을 느낀 직원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탈 인력들의 행선지로 미뤄볼때 이미 이탈한 전직 임직원들의 영입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나증권은 앞서 정통 IB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IB그룹장으로 영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증권으로부터 유장훈 상무를 영입해 기업공개(IPO)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번 신디케이션팀의 잇단 인력 이탈은 해당 부서 기능에 대한 사내 회의론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삼성그룹 금융사인 까닭에 LG,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 DCM 딜을 수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경우 조직 특성상 DCM 관련 일감이 한정적인 만큼 내부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실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라며 "이런 분위기에 한계를 느끼고 퇴사를 단행하는 사례가 연초 나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증권이 축소된 신디케이션팀을 글로벌마켓(GM·前 S&T)부문으로 포함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GM은 지난해 프랑스 쏘시에떼제너랄(SG) 출신 김종범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기존 채널영업부문에 속해있던 홀세일본부와 에쿼티트레이딩 본부를 이관해 강화한 부서다. 다만 삼성증권 측은 이같은 가능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증권을 떠나는 임직원들은, 보수적인 내부 분위기에 따른 성장 정체 등을 주로 퇴사 원인으로 꼽는다"라며 "북(book) 투자에 보수적이고 리스크 관리 절차가 꼼꼼한데다, WM을 더 중시하는듯한 사업구조 역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