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난색'…매출 연동 임대료 구조에 배당컷 거론
롯데·SK리츠 사례로 대기업 리츠도 미매각 우려 커
"실권주 떠안으면 패널티"…증권가 부정적 여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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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의 부동산 자산을 담은 '신세계 리츠'를 두고 증권가와 신세계그룹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신세계 측이 상장 전 투자(프리IPO) 단계에서 국내 증권사들에게 대규모 총액 인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미매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신세계그룹의 자산관리회사(AMC) 신세계프라퍼티인베스트먼트는 최근 한국투자증권ㆍKB증권ㆍ삼성증권 등을 대상으로 프리IPO 단계에서 1500억원 이상의 주식발행 물량을 인수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책정한 프리IPO 단계의 스타리츠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이다. 각 증권사에도 부서에 할당된 자금운용한도(book)를 사실상 최대한 활용해 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그룹 측의 조건을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제안을 받은 3개 회사는 참여 측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대기업 스폰서 리츠의 주관을 맡을 기회고, 신세계와의 관계를 위해서라도 거래에 참여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공모 전 사모리츠 단계에서 스타필드 하남만 담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증권가에서는 프리IPO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현재 신세계 리츠는 일반적인 넷리스(Net Lease) 구조가 아닌 '매출 연동 임대료' 계약을 검토하고 있다. 스타필드 임차인 매출에 연동해 임대료를 정하는 방식으로, 임대료 수입에 따라 리츠 수익(배당금)이 결정되는 구조다.
증권사들은 하남점 한 곳만 포함할 경우, 매출 불확실성으로 '배당컷'(배당금 삭감)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스타필드 하남점(터브먼 49%)의 경우 해외 운용사가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어, 신세계 측의 지분만 매도하는 '셰어딜'(Share deal) 형태의 거래라는 점도 시장에선 기피 요소로 평가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스타필드 하남점은 터브먼 및 블랙스톤과의 계약을 유지하고 있어 매력적인 자산은 아니다"라며 "미매각 가능성이 높은 데다 북 한도를 전부 써야 해서 내부에서도 포기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오픈해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수원점을 당장은 제외한 것도 증권가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스타필드 수원은 올해 1분기 매출 239억원, 순이익 29억원을 기록하며 첫 분기부터 흑자를 냈다. 이는 2020년 오픈한 스타필드 안성(175억원)보다도 높은 성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세계그룹이 IPO 단계에서 수원점을 제외하고 하남ㆍ고양ㆍ안성 및 청라점만을 담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높다.
앞선 롯데리츠와 SK리츠의 사례를 통해 대기업 스폰서 리츠에 대한 불신도 높아진 상황이다. 롯데리츠와 SK리츠의 지난달 31일 종가는 각각 3270원, 4780원으로 공모가에 못 미친다. 최초의 대기업 스폰서 리츠인 롯데리츠의 경우 한때 주가가 6150원까지 올랐으나 반토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한화 등 대기업 리츠들이 핵심 자산을 빼고 상장하면서 주주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큰 편"이라며 "특히 실권주를 떠안아야 하는 부서들은 성과급과 연동된 패널티 적용 문제로 리츠 투자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연내 하남점만 담은 사모리츠를 출범시키는 것 외에 IPO와 관련된 내용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