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추가 부담 난색 표하는 상태…소송전도 불사할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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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과 서울시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설을 두고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공공기여(기부채납) 재협상 여부로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인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소송으로 치달을 경우 5~6년에 이르는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단 관측이다.
1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청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차그룹의 GBC 설계안 변경에 대해 공공기여를 포함한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서울시는 당초 105층 랜드마크 건설을 조건으로 공공기여금 할인을 제공했던 만큼, 현대차의 55층 설계 변경안에 대해 할인분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100층을 90층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 짓는 걸 몇 개로 나누고, 층수는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같은 계획일 수 있느냐"고 지적하고 "다른 계획을 세웠으면 그에 걸맞은 (공공기여 등을) 새롭게 논의하는 게 상식이고 합리적 판단"이라고 했다.
GBC를 둘러싼 서울시와 현대차 간 갈등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공회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설계안을 변경으로 인해 추가로 기부채납을 해야한다는 점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지난 14일 진행된 서울시-현대차간 실무진 미팅에서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을뿐더러 향후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해 양측 입장이 팽팽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 분위기로는 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5~6년에 이르는 장기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갈등의 핵심은 공공기여(기부채납)다. 서울시는 105층 랜드마크의 상징성을 고려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대폭 제공했고, 기부채납액도 할인해준 만큼, 랜드마크를 포기했다면 이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GBC 프로젝트를 위해 성수동 뚝섬 부지의 용도를 상업지구로 변경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시는 배임·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고 보는 분위기다. 앞서 감사원은 서울시가 GBC 용적률을 높여주는 과정에서 "현대차그룹이 이행해야 할 공공기여분 1조9827억원 가운데 2336억원만큼 면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시 입장에서 추가 공공기여(기부채납)를 받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에 특혜를 준 것이 된다. 서울시에선 할인해준 기부채납액의 일부라도 받아야한다고 본다.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제 와서 수천억의 공공기여를 추가로 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현대차 측은"부담해야 하는 공공기여액이 기존 약 1조7000억 수준에서 물가 상승분이 반영돼 2조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공공기여가 충분하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GBC 개발은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전방위 사업확장에 우선순위가 밀렸다는 분석이 많다. 급격히 상승한 공사비도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추가 기부채납을 하게 된다면 짐이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GBC 개발은 김걸 기획조정실 실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55층 설계안 변경을 통한 비용 절감은 정 회장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GBC를 둘러싼 서울시와 현대차의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지난 2021년부터 현대차와 GBC를 두고 각을 세운 오 시장의 임기가 2년 남았다는 점에서도 사태 장기화가 현대차그룹으로서도 나쁠 것 없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GBC를 두고 벌어지는 서울시와 현대차간 갈등은 합의가 현실적이다. 다만 합의점을 찾기 쉬운 이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