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파이브타워 공매 중단 조짐…'차주' 대신증권 수익 보전 때문?
입력 2024.07.04 08:55
    케이알다동, 부동산공매절차중지 가처분 신청
    공매절차 한 차례 미룬 대신자산신탁
    대주단 "대신증권 이익 보전 위한 시간끌기"
    대신증권, 케이알다동 최대 주주에 190억 대출
    공매 결과에 따라 대출금 회수 불분명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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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서울 을지로 '패스트파이브타워'의 공매절차가 다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파이브의 소유자 케이알다동이 해당 사업장의 공매절차를 진행 중인 대신자산신탁을 상대로 '부동산공매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오는 5일 심문기일이 잡혔다. 대주단은 대신자산신탁이 차주인 대신증권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공매절차는 한 차례 미뤄진 바 있다. 대신자산신탁이 패스트파이브타워의 공매절차를 최종 2회차 남기고 연기했다. 전체 대주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후순위 대주 중 한 곳인 BNK캐피탈의 신청을 받아 공매절차가 미뤄진 점을 일부 대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정대로라면 공매절차는 지난달 6월 17일부터 1회차를 시작해 6월 24일 5·6회차로 끝났어야 한다. 1회차 매각가는 1660억원으로 토지 1547억원, 건물 102억원으로 구성됐다. 입찰방식은 공개경쟁입찰로 최고금액 응찰자에게 낙찰한다.

      4회차 공매 유찰 이후 대신자산신탁은 하루에 두 번 공매를 진행하면 수의계약 기회가 박탈되는 문제를 이유로 공매를 중단했다. 재공매공고를 통해 5·6회차 공매 일정을 각각 7월 9일과 11일로 변경했다. 공매공고에 따르면 공매계획은 입찰 전까지 신탁관계인의 사정에 의해 별도 공고 없이 임의로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다.

      그러나 대주단은 대신자산신탁이 모회사인 대신증권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입찰 일정을 자의적으로 지연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가처분 신청이 제기된 상황에서 대주단은 대신자산신탁에 향후 대응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자산신탁은 "공매절차를 변경한 건 신탁관계인(대주 및 차주)의 요청 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신탁사는) 수익자(대주)의 의사를 보호해야 하는 선관주의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패스트파이브타워의 소유자는 케이알다동이다. 케이리츠투자운용이 인수할 당시 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세운 법인이다. 케이알다동의 주주 구성은 ▲진양건설 75.1% ▲대신증권 19.9% ▲케이리츠투자운용 5%로 이뤄졌다. 대신증권의 출자금액은 597만원으로 그 규모가 크지 않다.

      대신증권은 "케이알다동 지분을 19.9% 갖고 있지만, 대주단이 아니라 공매절차를 연기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며 "대신자산신탁은 다른 곳에서 요청을 받아 공매절차를 중단했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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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단은 해당 사업장을 위해 케이알다동에 1100억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선순위 600억원, 중순위 200억원, 후순위 300억원으로 이뤄졌다. 케이알다동은 원금에 대출이자와 연체이자를 포함해 약 1300억원을 대주단에 갚아야 한다.

      공매 5회차 최저입찰가격이 분기점이다. 최저입찰가격이 ▲4회차 1358억원 ▲5회차 1258억원 ▲6회차 1157억원이다. 공매 4회차까지 패스트파이브타워가 낙찰됐다면 케이알다동이 일부나마 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5회차부터는 케이알다동의 에쿼티 전액 회수가 불가능해진다.

      대주단은 "대신증권이 소유자 케이알다동 최대 주주인 진양건설에 수익권을 담보로 대출한 190억원에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대주단은 공매가 5회차로 넘어갈 경우 대신증권의 대출금 회수마저 어려워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대신증권은 패스트파이브타워를 담보로 특수목적법인(SPC) 폴리제일차를 통해 진양건설에 190억원을 대출했다. 신규사업장 관련 초기 사업비와 운영비 등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출만기일은 오는 7월 30일이다.

      대신증권은 "(진양건설에 대출한 건은) 대신증권과 진양건설의 문제"라며 "진양건설이 이번 사업으로 갚거나 다른 사업에서 (수익을 내) 갚으면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진양건설이 2014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라 납부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진양건설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옛 본사인 서울 구로동 키콕스벤처센터 부지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사업이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진양건설이 이번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대신증권도 대출금 회수가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주단은 대신자산신탁이 대주를 위한 선관주의의무를 충실히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대주단 한 관계자는 "대신자산신탁의 공매 담당자가 차주 측 손실이 예상돼 공매 일정을 변경했다고 전달했다"며 "진양건설은 공매 연기 또는 취하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대주단에 따르면 케이알다동은 공매절차를 멈춘 후 패스트파이브타워를 매입할 기관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대주 관계자는 "케이알다동이 매각할 곳을 직접 찾아오겠다고 나섰지만, 연초 EOD가 발생한 이후 뚜렷한 방안이 없던 상황"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