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1만4000원?…기업가치 5兆 수준 제시
투자의사 없는 기관들…"상장 전 구주매매 불안하고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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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의 구주 매물이 시장에 출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가치 4조~5조원 수준으로 구주의 주당가격이 산정됐다.
밸류에 부담을 느낀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투자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분위기다. 상장 전 구주 매매에 대한 불안감 뿐만 아니라, 최근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하회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IPO 시장 호황 분위기에 의문 부호가 붙은 것도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기존 주주들이 구주 매물을 시장에 출회하고 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당 1만2000~1만4000원 수준의 가격이 제시되고 있다. 주당 1만2000원 기준 케이뱅크의 예상 기업가치는 4조원 후반대 수준이라고 전해진다. 일각에선 지난달 28일 케이뱅크가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을 신청한 이래 구주의 주당 가격을 소폭 올랐다는 평가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예심 신청 전인 6월 말쯤엔 1만2000원 수준으로 구주 매물이 돌아다녔는데 7월 초 들어서는 1만 4000원으로 얘기가 나왔다"며 "라며 "상장 기대감을 바탕으로 영업에 나선 듯 한데 상장 전 구주 매매 거래에는 주의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기관들의 반응은 현 시점에선 미지근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가격 수준으로는 투자 이후 업사이드(상승 차익)를 바라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의 장외 주가는 1만3000원대 수준이다. 해당 주가 수준을 기준으로 책정한 시가총액은 4조9000억원대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케이뱅크가 직면할 가장 큰 걸림돌로는 '밸류에이션'이 꼽히고 있다. 유력한 국내 피어그룹(비교기업)으로 거론되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여전히 부진해서다. 3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순자산주가비율(PBR)은 1.64배 수준이다. 이를 케이뱅크 1분기 자본총계에 적용하면 시가총액은 3조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피어그룹 재구성을 통해 케이뱅크가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책정할 순 있을 것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다만 해당 가치를 기관들에게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상장 후 주가 추이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최근 증시에 입성한 우주 발사체 스타트업인 이노스페이스가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이례적인 약세를 보인 것이 불을 당겼다. 몇 개월 만의 일인 까닭에서다.
밸류에이션을 높게 산정하더라도 IPO 시장에 참여하던 기관들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노스페이스는 수요예측 당시 기관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닫고 한다.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어그룹 구성을 통해 평균 주가순이익비율(PER)을 42배로 산정, 공모가를 책정한 까닭에서다. 피어그룹으로 선정한 기업(오르비텍 제외)들의 PER은 2023년 기준 20~70배 수준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노스페이스는 피어그룹 선정에 우주항공 섹터에서도 좋은 기업들로 구성해 밸류를 너무 높게 산정한 것이 화근이었고 본다"라며 "매출도 없고 스타트업에 가까운 회사라서 수요예측 참여도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IPO 시장의 호황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는 모양새다. 케이뱅크 또한 밸류에이션 논란을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상장 기대감만으로 구주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향후 케이뱅크든 시프트업이든 IPO 시장을 달굴 만한 대어들이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IPO 시장 흐름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기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라며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매물이더라도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가격적 측면을 십분 고려해 면밀히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