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커버리지 인력 영입…'어려운' 기업과의 관계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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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경쟁사 커버리지 인력을 영입해 정통 기업금융(IB) 경쟁력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병운 신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취임 이후 IB 2사업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리그테이블 최상위권' 자리 확보하는 데 주력하라는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증권 VP(차장)급 RM(Relationship Manager)을 인더스트리(Industry)3본부로 영입했다. 해당 인력은 LS그룹을 주로 담당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신한투자증권에서 롯데그룹을 담당하던 부장급 인력도 NH투자증권 인더스트리2본부로 둥지를 옮겼다.
LS그룹의 경우 LS MnM(前 LS니꼬동제련), LS이모빌리티솔루션 등 다수의 계열사 상장을 앞두고 있다. 주관사 선정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이후 자금조달 수요가 한풀 꺾인 상태다. 다만 최근 롯데케미칼 실적 부진으로 계열지원 여력이 꺾였다는 시각이 짙어지며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연쇄 강등, 추후 자금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이 커진 상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최근까지 타사 커버리지 인력을 영입한 것은, 이탈한 인력을 메우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라며 "RM들의 빈자리를 채워 기업들과의 관계를 확충하고 새로운 거래를 발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자금조달 수요가 큰 그룹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먼저 신세계그룹과의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Industry2본부는 올해 신세계건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조력했고 SSG닷컴(쓱닷컴) 지분 매각에도 참여의사를 밝혔다.
최근 구조조정에 한창인 SK그룹에도 적극 영업에 나서고 있다. SK온이 발행하는 5000억원 규모의 사모 영구채 중 NH투자증권은 900억원을 직접 인수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SK에코플랜트 상장 주관 또한 담당하고 있는데, 적정 밸류에이션(Valuation) 산정을 위해 SK에코플랜트로 하여금 건설업을 영위하는 솔루션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하는 안을 제안했다.
기업들 또한 NH투자증권의 적극적인 행보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다. 자본시장의 도움을 필요로 했던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모두 메리츠증권의 도움을 받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 NH투자증권이 메리츠증권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경우 '어려운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해 NH투자증권의 손을 잡기도 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연초 대표이사를 교체한 이래 IB부문의 경우 안정을 추구한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IB 2사업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헤드로 이성 IB1사업부대표, 신재욱 IB2사업부대표가 선임됐다. IB1 사업부는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등 정통 IB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IB2사업부는 부동산금융 중심이다.
윤병운 사장은 리그테이블 순위를 중요시 했던 정영채 전 사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이에 정통 IB 부문의 시장점유율(M/S)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집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의 상반기 리그테이블 실적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인베스트조선 리그테이블 집계에 따르면 ECM 전체주관 3위를, DCM 전체주관 2위를 차지했다. ECM 주관 순위에 들 수 있었던 것도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 주관을 맡아 가능했다. 굵직한 IPO 딜에서는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파두사태 이후 주요 법무법인은 "NH투자증권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주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가"라는 문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계상 부채비율이 늘지 않도록 해달라는 등 예전보다 기업들의 요구가 고도화하고 있다"라며 "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기업들이 증권사들을 위주로 도움을 청하고 있는 터라 증권사들은 과거 대비 섬세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