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상 부채 증가…이자 및 환차손도 커져
상장사들은 자본잠식에 재무약정 위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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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2019년 도입한 회계제도(IFRS16)로 뒤늦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리스 항공기를 들여오자, 회계제도에 따른 부채 증가 영향이 지금에서야 본격적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자기자본이 적어 리스 항공기로 영업해야 하는 LCC들은 재무 관리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제주항공ㆍ티웨이항공ㆍ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LCC들은 지난해 모두 재무제표상 리스부채와 리스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이 모두 증가했다.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약세로 리스부채에 대한 환손실도 커졌다.
이는 2019년 도입된 리스 회계처리에 관한 새 회계기준(IFRS16)의 영향이다. 이전 회계제도에선 항공사들이 리스 자산(항공기)을 금융리스와 운용리스로 분류하고, 금융리스만 부채로 인식했는데 새 회계기준 상에서 리스 항공기는 사용권자산(자산)과 리스부채(부채)로 계상돼,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증가하게 됐다.
당국이 1년 간의 유예기간을 적용한 상황에서, 2020년 발생한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회계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여객이 없으니 리스 항공기를 대부분 반납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객 수요가 회복되자, 항공사들은 반납했던 항공기를 다시 들여왔다. 유예기간 및 코로나 기간이 지나고 올해부터 제도 도입에 따른 변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실제 현금 이동 없이 부채와 이자비용, 그에 따른 환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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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 항공기에서 발생하는 부채는 B787 같은 대형기 한 대 기준으로 약 1000억원 정도다. 국내 LCC 중 리스부채가 가장 높게 책정된 제주항공(약 5882억원)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관련 이자비용 및 환차손만 각각 234억원, 48억원이 발생했다. 실제 리스로 인한 현금 유출 총액이 158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용의 4배 규모가 재무제표상 부채로 인식된 셈이다.
에어부산은 리스로 인한 현금 유출 규모와 회계상 부채의 간극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계상한 리스부채는 약 6000억이지만, 실제 현금 소요는 1000억원이었다.
항공기를 직접 구입하는 대한항공과 달리, 리스 항공기가 주 자산인 LCC 업계는 비상이다. 재무상 총부채가 늘면서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있는 까닭이다. 일부 회사의 경우 부채비율 상승으로 인한 재무약정(커버넌트) 위반 가능성도 거론된다.
티웨이항공ㆍ제주항공ㆍ에어부산 등 상장사의 경우 자본잠식에 더욱 엄격할 수밖에 없다. 상장사는 최소 자기자본 요건에 따라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 상장폐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일부 LCC가 당국에 제도 변화를 요구했지만, 유의미한 답변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LCC들은 기존 리스 방식에서 항공기 직접 구매 방식으로 바꿔 재무상 부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8년부터 리스 항공기 비중을 줄여나가면서 재무 관리를 하고 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실제로 빠져나가는 돈과 관계없이 LCC들에 자본잠식 가능성이 발생하고 있다"며 "티웨이, 이스타처럼 항공기를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항공사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