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시너지 바랐지만…"되레 헤게모니 싸움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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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 작업에 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 합병 비율 등에 대한 이견으로 재무적 투자자(FI)들을 설득하기가 녹록지 않은 분위기란 지적이 나온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각각 KT와 SK텔레콤(SKT)의 자회사다. 국내 이동통신 2개 회사의 합종연횡을 기대해볼 법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향후 헤게모니 싸움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와중 경쟁사인 퓨리오사AI는 상장을 앞두고 추가 투자 유치를 통해 성장 자금을 마련하는 중이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과 사피온은 합병비율에 대한 이견으로 합병 절차상 지연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지난달 두 기업은 그간 시장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까지 인정받은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몸값은 각각 8800억원, 5000억원 정도다. 이에 따라 합병비율은 2:1로 제시됐고 주주들의 반발이 일었다.
특히 리벨리온 측 투자자들이 합병비율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술력을 감안하면 더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리벨리온 투자사는 20곳이 넘는데, 합병비율을 통보받는 등 소통 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리벨리온이 사피온과의 합병을 통해 성장 돌파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경쟁사인 퓨리오사AI는 칩 개발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최근 추진 중인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개발한 차세대 칩을 본격 생산에 나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퓨리오사AI 투자사는 "퓨리오사AI 투자유치에 기존 주주들도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고 여럿 신규 투자자들도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라며 "9월 정도 까지는 클로징할 예정이다. 최근 개발한 칩이 성능평가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이 사피온과의 합병 카드를 꺼내든 데, 일각에선 국내 이동통신사 2곳의 자회사들이 합병함에 따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기대감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향후 SKT와 KT가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경우 신설 합병법인의 AI 칩을 독점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잠재 고객군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되레 촉발될 수 있는 SKT와 KT간 헤게모니 다툼이 향후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SKT는 사피온 지분 62.5%를 보유하고 있고 KT는 리벨리온 지분 13%를 보유 중이다.
특히 리벨리온의 경우, 구현모 KT 전 대표가 차세대 먹거리로 내세우며 자본을 투입하며 키워온 기업이다. 리벨리온의 AI반도체 개발을 바탕으로 KT가 추진하는 모빌리티 등 영역에 활용할 복안을 내놓기도 했다. 연초 KT는 330억원을 리벨리온 시리즈B 라운드에서 직접 투입하기도 했다.
반면 사피온은, 투자유치와 동시에 합병안을 경쟁사에 제안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SKT가 AI 반도체 사업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인 바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리벨리온이 사피온과의 합병을 통해 퓨리오사AI보다 경쟁력을 가지려는 시도로 풀이되는데 오히려 합병이 성장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라며 "일각에서는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 작업을 '1+1=1.3'이라고 설명하는 투자자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합병 행방이 묘연해지며 리벨리온 측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증권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당초 6월 중으로 예정됐던 프레젠테이션(PT) 일정은 7월 중순으로 미뤄진 상태다. 제안서 제출 당시와는 환경이 달라진 탓에, 증권사들은 PT를 위한 자료를 다시금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벨리온 측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합병 가정시 달라질 IPO 일정이나 이슈 사항 등을 담아달라고 이야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추진하겠다던 합병의 구체성이 아직 없다보니 PT 자료 제작의 방향성을 어떻게 정할지를 논의하는 분위기다"라며 "퓨리오사AI가 이번 투자유치를 포함해 상장 전까지 두 차례 정도 투자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리벨리온은 합병 논의에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긴 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