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측은 "공유된 바 없다" 법적 조치 시사
계속되는 가족 간 '뒤통수'…그룹 정상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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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분쟁이 재점화됐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사장 장·차남 측의 손을 들어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 측과 손잡는 반전을 보였다. 송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신 회장이 적극적인 경영 개입 의지를 보이면서 시선이 모이고 있다. 형제 측이 반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총 표대결 이후에도 그룹 경영권을 두고 '촌극'만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8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한미 지분을 해외펀드에 매각해 한미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게 저의 확고한 신념이자 선대 회장의 뜻을 지키는 길이었고, 이를 위해 저와 신 회장님이 찾은 최선의 방안이 이번 결정”이라며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는 방향이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3일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신 회장에게 자신들의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모녀와 신 회장은 의결권공동체를 형성하게 됐다. 이들의 지분과 우호지분을 합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가까워진다. 계약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율은 송 회장 6.16%, 임 부회장 9.70%, 신 회장 18.92%가 된다.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로 오르게 되는 것이다.
모녀 측은 이번 지분 매매 계약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을 확보했다. 모녀는 매매 대금으로 1644억원을 받게 된다. 이는 두 사람이 당장 납부해야 할 상속세를 충당하고 남는 규모다. 이번 거래에서 양측이 태그얼롱(동반매각참여권)을 보장하면서 사실상 서로의 지분에 대해 '운명공동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후 한미그룹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형제의 한미약품 정상화가 더딘 점, 불투명한 경영 계획, 저조한 주가 등으로 우려와 불신이 커져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서두르게 됐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신 회장은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한미그룹 투자금 회수에 큰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0년 고 임성기 회장의 권유로 한미그룹 지분을 매입했다. 주총에서 형제 측 손을 들어준 데에는 형제 측의 투자유치 계획 등이 영향을 미쳤는데, 이러한 계획이 계속 지연되면서 방향을 틀었다. 형제 측의 경영 계획이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파악된다.
특히 상속세 재원 마련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임종윤 이사가 실소유주인 코스닥 상장사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홍콩 코리그룹에 대한 각종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불신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최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실소유주인 홍콩 코리그룹과 북경한미의 부당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이 된 셈이다.
송 회장과 신 회장의 계획대로 한미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서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교체가 관건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은 9명으로 5명이 형제 측 인사, 4명이 모녀 측 인사다. 이사회 정원은 10명으로 신 회장(18.93%)을 비롯해 우호 지분의 합이 48.19%가 된다. 모녀 측은 조만간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 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모녀 측과 형제 측 이사진은 5대 5로 맞서게 된다.
다만 형제 측 인사를 해임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고 경영권을 빼앗아가는 건 특별결의(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 사안이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형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28%다. 한미약품 이사진은 7대 3으로 모녀 측이 형제측보다 우세해 임 사내이사의 대표 선임 가능성이 낮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전문경영인이다.
형제 측은 신 회장과 오해를 풀겠다고 밝히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임종윤 이사는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동생인 임주현 부회장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하고 한미약품을 공동 경영하기로 밝힌 것에 대해 법적 조치를 시사한 상태다. 공시를 위반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한미사이언스에 공시가 됐는데, 한미사이언스의 이사진인 형제는 보고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지분 매매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형제 측의 투자유치 계획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형제 측은 KKR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투자 유치 방안을 논의해왔다. 투자 유치를 통해 지분 과반을 확보하되,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딜 구조를 원하면서 쉽사리 협상이 완료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현재 임종윤 이사 측은 해당 거래와 관련해 현재 투자 주관사가 실사를 진행 중이며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송 회장과 신 회장이 현재 지분을 매도하는 선택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고, 임시 주총을 열어 경영권을 확실히 가져올 방법을 찾을 것 같다”며 “형제 측이 송 회장과 신 회장에 협조한다고 하면 가족 분쟁이 막을 내리게 되고, 반대하면 또 가족 대립이 이어지는 것인데 형제 측의 ‘재반격' 방안이 명확하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