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고 수량 적고"…동참 꺼려지는 한화 오너가 그룹 지분 늘리기
입력 2024.07.10 07:00
    오너家 지배력 확대 목적 뚜렷한데
    할증률 10%에 불과한 공개매수가격
    "일반투자자 공개매수 참여 이익 미미"
    블록딜 사전공시 전 지분율 확대 작업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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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 공개매수는 사실상 김동관·김동원·김동선 등 한화그룹 오너가 3형제의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이 뚜렷하다.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종전 9.7%에서 17%까지 증가하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화의 지분율은 50%를 넘기게 된다.

      오너일가는 이사선임 등 경영권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오너일가에는 상당히 의미를 갖는 거래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은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화에너지가 책정한 공개매수 가격은 3만원이다. 전일 종가 대비 7% 높은 수준이다. 한화에너지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전날 거래량이 3배가량 늘며 주가가 전일 대비 약 3.5% 상승한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공개매수 가격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3만원의 공개매수가는 ㈜한화의 직전 3개월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의 약 10%의 할증률이 적용된 가격이다. 올해 공개매수를 진행한 신성통상, 락액락, 커넥트웨이브, 한솔로지스틱스, 현대홈쇼핑 등의 할증률은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주가의 약 20~40%에 달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대주주의 사정에 따라 정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공개매수가를 높일 것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다만 이번 거래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오너일가가 지분율을 늘려가려는 의도가 명확하기 때문에 장기간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국내 한 기관투자가는 "3만원의 공개매수가가 높다 낮다를 평가하기에 앞서 현재 주가 수준에서 공개매수를 신청해 이득을 볼 투자자가 그리 많지 않다"며 "공개매수란 큰 이벤트가 발생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7~2018년도 주당 5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졌던 ㈜한화 주가는 2022년부터 수년째 2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오랜기간 보유한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손실을 확정해야 하는 셈이다. 투자자들은 장외거래로 분류되는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22%의 양도소득세를 부과받는다. 2만원 후반대에 주식을 사들여 보유중인 주주들은 사실상 이득이 없다.

      한화에너지가 1800억원을 투입하는 이번 거래의 공개매수의 수량도 넉넉하지 않다는 점은 거래의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가 발표되면 주가가 공개매수가에 근접하게 상승하고, 매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간다. 공개매수 수량(8%)을 넘는 매수 신청에 대해선 매수자는 ‘안분비례’해 매수한다. 이 과정에서 보유주식 전량을 매도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양도소득세를 고려하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장내 매도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다"며 "만약 신청 수량이 몰려 추후 잔여지분을 보유하게 된다면 주가하락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화에너지는 신고서를 통해 이번 공개매수의 목적을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개매수 이후 안정된 지분율을 바탕으로 ㈜한화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지배구조, 재무구조, 사업내용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계획은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화에너지, 즉 3남의 지배력은 한층 강화하지만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제시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모펀드(PEF)의 공개매수 과정에선 주주들은 적어도 PEF가 상장폐지를 위해 가격을 올려 추가적으로 공개매수를 추진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공개매수의 경우 한화에너지의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꼽힌다는 지적이다.

      3남의 그룹 승계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배력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고려해 이번 공개매수가 오는 24일 블록딜 사전공시 의무제도 도입을 앞두고 오너일가가 지분율을 미리 늘리기 위한 사전작업이란 해석도 나온다. 내달부턴 상장사의 주요 주주는 발행주식수 1% 이상을 거래하는 블록딜을 추진할 때 최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한다. 대주주가 특정주주의 지분을 인수하는 게 사전에 공시되면 주가는 그만큼 상승하기 때문에 거래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이번 공개매수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진 않지만 한화그룹 측에서 기업가치 밸류업이란 최소한의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지주회사의 주가를 보면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치고 있다거나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화그룹은) 지주회사, 금융사 등 정부에서 밸류업을 강조하는 섹터에 포함돼 있고, 이번 정권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그룹사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이번 공개매수는 (낮은 할증률이지만) '밸류업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