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기안기금 덕에 역할론 재부상…SK·신세계 접촉 움직임
입력 2024.07.10 07:00
    산업은행 문 두드리는 SK화학社 및 신세계 이마트
    삼성ㆍSK, 산은 반도체 대출 프로그램 활용도 주목
    조단위 자금 쌓인 기안기금 활용 가능성도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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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금 조달이 시급한 대기업들 사이에서 KDB산업은행의 존재감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SK와 신세계그룹 등 재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최근 산업은행을 찾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 기간에 조성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안기금)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SK그룹과 신세계그룹 산하 계열사들은 산업은행을 방문해 정책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SK그룹은 화학 계열사들이, 신세계그룹은 유통 계열인 이마트의 방문이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실적 부진 및 누적 적자로 인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산업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달부터 17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대기업의 경우 프로그램에서 0.8~1%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약 2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여했다. 대여 금리는 연 4.6% 수준으로, 디스플레이에 내야하는 연간 이자비용만 조단위에 달했다. 산업은행 반도체 프로그램을 활용할 경우, 삼성전자는 연 3%대 중반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5조원 규모의 산업은행 대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을 활용하려는 대기업들이 늘어나자, 시장에서는 기안기금 활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중에서도 SK온, SK이노베이션 등은 기안기금 활용 의지가 크다. 

      기안기금은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4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산업은행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민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기업은 모두 기안기금 혜택 대상이다.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회 협의가 있으면 근로자수 또는 차입금 규모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하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기금에 돈이 많이 남아있다"며 "SK 화학사의 경우 소재ㆍ부품ㆍ장비(소부장)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어 충분히 기안기금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2020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기간산업 위주로 대출을 지원했다. 현재는 출자가 다소 정체돼 대출금 회수 및 기업 감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집행하지 못한 잔액도 조단위를 훌쩍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부터 기안기금 운용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과 미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측은 "개별 기업들과의 거래 현황과 기안기금 활용 구상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