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금융 문턱 낮추는 메리츠…담보 부실해도, 금리 10% 이하도 뛰어든다
입력 2024.07.10 07:00
    메리츠금융, 담보·금리 조건 완화 등 기업금융 행보 강화
    아시아나 화물 인수전·M캐피탈 지원 등 참여하기도
    부동산PF 부실과의 연관성 제기…3000억원 부실자산 이전도
    그룹 전체 부동산 익스포저 29조원…리스크 확대 우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업금융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담보 조건이 다소 부실하거나, 금리가 10% 이하인 거래에도 이전과 달리 적극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의 변화를 두고 시장에선 메리츠캐피탈 등 계열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에어프레미아의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단으로 참여, 인수 자금 및 회사 운영대출 등을 포함해 3000억원의 출자확약서(LOC)를 제출했다. 에어인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메리츠증권의 참여는 무산됐지만, 당시 메리츠는 대출 금리 9% 이하에 대주주 지분 일부만 담보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메리츠의 담보 조건과 금리를 두고 의외라는 반응이다. 당초 시장에선 메리츠가 10%대 이상의 금리와 항공기 등 핵심자산 상당수를 담보로 잡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메리츠증권이 기업금융 부문에선 기업가치나 신뢰도보다 높은 금리와 담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11번가 등 SK그룹 관련 거래에서 ‘지급보증’을 요구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메리츠는 이달 유동성 위기에 몰린 M캐피탈에 3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며 표면금리 9%대 담보대출을 제공했다. 다만 신용등급 하향 등 변동이 있을 경우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을 포함, 최대 10%대 중반의 금리를 보장받았다. 

      10%대의 고금리 제안이지만, 캐피탈업계에선 메리츠의 조건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M캐피탈 지원에 참여하기로 했던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의 담보 조건이 더 까다로웠던 까닭이다. 이에 M캐피탈은 큰 고민 없이 메리츠를 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메리츠가 최근 기업금융 시장에서 리스크 테이킹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며 "수천억원 이상에 10%대 금리 아니면 투심위에서 LOC가 나오지 않는다던 예전과 달리, 다른 금융사들이 꺼리는 거래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담보 조건도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시장에서는 메리츠의 행보를 두고 부동산PF 자산 부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메리츠캐피탈이 메리츠증권에 부동산PF 부실자산 일부를 넘겨 익스포저를 줄이는 과정에서 메리츠금융의 PF 충당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메리츠캐피탈은 최근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 약 1조8000억원 중 3278억원의 PF 대출 자산을 증권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금융은 선순위 90%대, 40%대 담보대출비율(LTV)이라는 안정성을 강조하는 입장이지만 경쟁사 대비 부동산 자산 규모가 커 리스크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리스크가 없다던 메리츠금융이 낮은 LTV, 높은 선순위 비중에도 대규모 부실자산을 상각하면서 충당금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라며 "메리츠의 공격적인 기업금융 행보도 이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