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혜주로 주목…"국내 기업, AI 수혜 얼마나 볼진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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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변압기 회사인 산일전기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에 착수했다. 향후 인공지능(AI)발 데이터센터 착공이 늘면 변압기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에 전력기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기대감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다만 전력기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오를대로 오른 상황인 점은 우려사항이다. 국내 최대 기관인 국민연금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AI 설비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고 있는만큼, 전력 관련 수혜주 역시 해외 기업들 중에서 찾아야 마땅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일전기는 9일부터 15일까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 나선다. 시프트업이 공모청약을 마친 이후 공모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공모가 희망 밴드는 2만4000~3만원이다. 밴드 최상단 기준 공모 규모는 2280억원, 시가총액은 9133억원이 될 전망이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삼성증권은 인수사로 참여한다.
산일전기를 둘러싼 기관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인 분위기다. 향후 데이터센터가 본격 증설되면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중·대형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산일전기 피어그룹(비교기업)에 포함된 LS일렉트릭과 제룡전기의 주가 추이는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산일전기 또한 상장 이후 큰 폭의 주가상승을 기대해볼 법 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룡전기의 주가는 지난 1년간 360% 가까이 올랐다. LS일렉트릭 또한 같은 기간 140%가량 주가가 오른 상태다. 두 기업 모두 주가가 본격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올해 3월부터다. 미국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AI) 관련주 투자 광풍이 불면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관련주 주가가 덩달아 급등세를 보이던 시기다.
특히 제룡전기의 주가는 산일전기 증권신고서가 처음 제출된 6월 21일 이후에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지난달 20일 7만원대였던 제룡전기의 주가는 8일 기준 9만원대까지 오른 상태다.
산일전기의 순이익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1분기 기준 산일전기의 순이익은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제룡전기의 순이익은 189%가량 늘어나는 등 수익성 개선 속도 측면에서 차이는 있긴 하지만 '실제로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 최근 테마주로서 상장한 우주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와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피어그룹이 주가 상승세를 거듭 보이고 있는 만큼 산일전기도 상장 이후 업사이드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락업을 길게 걸진 못하더라도 짧게라도 걸어 물량을 더 많이 받는 등 전략을 검토하는 기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전력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추고 있다. 지난 5일간 LS일렉트릭의 주가는 2% 가까이 하락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시세차익 매물이 쏟아진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연금 또한 최근 차익실현을 위해 전력기기 관련 주 비중을 줄인 것으로 타났다.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LS일렉트릭 지분율은 11.95%에서 10.94%로 줄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주가가 일부 조정된 면이 있지만 향후 상승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미국 매출이 큰 폭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가 상승이 추가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LS일렉트릭의 1분기 북미 매출은 24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5% 늘었다.
반면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보수적인 입장 또한 적지 않게 제기되는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물론 AI 테마주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라면서도 "그럼에도 AI 수혜주는 국내 보다는 미국 기업들 위주로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