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코앞 효성화학, 화학부문 빼고 전부 매각 나선다
입력 2024.07.11 07:00
    NF3 지분 매각 지연에 순차입금 2조 상환 난항
    남은 자본금 900억원…2분기 자본잠식 가능성도
    TAC 외 폴리케톤ㆍ베트남법인도 쪼개팔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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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효성화학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재 진행 중인 특수가스(NF3) 사업부 지분 매각 외에도, 필름(TAC) 제조 등 알짜 사업부들을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인 화학사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부를 매각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시장에 내비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최근 내장필름(TAC) 사업부를 분리매각하기 위해 시장에서 원매자를 구하고 있다. 매각 대상인 필름사업부는 노트북ㆍTVㆍ모니터ㆍ휴대폰 등 LCD 디스플레이에 내장되는 보호 필름을 제조하는 부문으로, 삼성전자와 LG화학 등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효성화학은 친환경 신소재인 폴리케톤 사업부도 매각을 추진할 전망이다. 올해 초부턴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도 매각하기 위해 원매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효성화학이 핵심인 화학부문 폴리프로필렌(PP) 사업을 제외한 전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매출은 PP 매출 편중도가 65%에 달한다. 

      효성화학의 연이은 '쪼개팔기' 시도는 심각한 재무 상황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부터 이어진 대규모 영업적자로 회사 부채비율은 현재 3500%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924억원 대비 차입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다. 올해 2분기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본잠식이 현실화할 경우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 지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당초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사업부 매각이 9부 능선을 넘기고도 지연되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대주단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일시적으로나마 TAC 등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일부 확보하고 투자자들을 달래려 하고 있으나, 이 역시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필름 사업부의 경우, 인수 후보군을 찾아 접촉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유사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국내 사모펀드 및 국내 대기업 밴더 회사들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이미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높은 상황이다보니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비나케미칼의 경우도 잠재적 매수자들의 장부가의 절반 수준을 요구하면서 매각 가격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성그룹 측에서 특수가스 외에도 팔 만한 사업은 전부 매각하기 위해 물밑에서 시도하고 있다"며 "다만 PP를 포함해 대부분의 업황이 좋지 않고, 그나마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필름사업부마저 '빅 네임'이 거절하면서 좋은 값을 받긴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효성그룹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부 매각 상황과 관련해선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