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세금 보험'으로 지오영 매각 추가 과세 대비
입력 2024.07.11 07:00
    블랙스톤, 지오영 인수 5년만에 회수
    세금 보험 들어 혹시 모를 과세 대비
    국내 대형 M&A에선 처음으로 활용
    향후 활용 사례 늘어날지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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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블랙스톤은 지오영을 매각하며 ‘세금 보험’을 들었다. 혹시라도 과세당국이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면 한국 내 인수자가 부담을 지게 되기 때문에 보험으로 이런 변수를 줄이려는 것이다. 세금 보험은 조단위 대형 M&A에서는 사실상 처음 활용되는 수단인데 향후 활용 사례가 늘어날지 관심이 모인다.

      지난 4월 MBK파트너스는 블랙스톤으로부터 1위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을 인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의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 71.25%다. 조선혜지와이홀딩스는 지오영 지분 99.17%를 갖고 있다. 지오영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약 2조원으로 책정됐다.

      블랙스톤은 2019년 지오영을 인수한 후 5년 만에 회수하게 됐다. M&A 시장이 침체하고 글로벌 사모펀드(PEF)들도 일찌감치 관심을 접는 등 회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 속에서 성과를 냈다. 국유진 블랙스톤 한국 PE 대표도 주관사가 MBK파트너스의 제안을 들고 왔을 때 크게 반색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M&A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업결합과 세금이 꼽힌다. 그 중 세금은 예상보다 많이 부과될 경우 거래 자체의 실익이 줄어든다. 대규모 세금이 나오면 거래 성사가 불투명해지거나 당사자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PEF와 같이 해외 자본이 매도자일 경우는 세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 커진다. 대부분 조세 혜택을 받는 곳에 세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투자하기 때문에 매각 후 대금 정산, SPC 청산 등 절차를 거치면 세금을 부과할 상대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글로벌 PEF가 매도자일 경우엔 인수자가 1차적인 원천징수 의무를 지게 된다. 즉 전체 거래 대금 중 매도자가 내야 할 세금을 떼서 세무서에 내고, 나머지를 매도자에 지급하는 식이다. 과거 KKR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오비맥주를 매각할 때는 인수자인 AB인베브가 세금을 냈다.

      거래 당사자와 과세 당국의 판단이 다를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미 거래는 완료됐는데 세무서에서 차후에 과세 요인을 발견해 추가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경우다. 매각 주체는 없어졌기 때문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당사자인 인수자에 부담이 돌아올 수 있다.

      M&A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진술과 보장(W&I) 보험에 세금 관련 내용을 담는 경우도 있다. 혹은 세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거래제한계좌(에스크로)에 일부 자금을 예치해 두기도 한다. 다만 이런 방식으론 언제, 어느 규모로 발생할지 모르는 세금 문제를 모두 대비하긴 어렵다.

      지오영 M&A에서는 '세금 보험'으로 변수를 최소화했다. 국내 대형 거래에선 첫 사례로 알려졌다. 세금 보험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PEF나 벤처캐피탈(VC)이 M&A를 할 때 자주 활용된다. 거래 이후 예상 밖의 세금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보험금 형태로 이를 지급하는 식이다. 보험료 규모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조단위 세금까지도 대비할 수 있다.

      블랙스톤 입장에서 어렵게 찾은 원매자에 위험 부담을 남기기는 어려웠을테다. 최근 인도 과세 당국과도 갈등을 빚어 세금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오영 거래에선 블랙스톤이 세금 보험에 가입했고 보험료도 낸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가 자산을 매각한 후 세금 문제가 발생하면 인수자에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블랙스톤은 지오영을 매각하며 세금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세금 보험에 들었는데 이는 국내 대형 M&A에선 첫 사례"라고 말했다.

      세금 보험이 향후 M&A에서 자주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거래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한계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세금은 경우에 따라 당사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웬만한 조건의 보험으로는 위험을 완전히 단절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에서 세금 보험이 쓰인 사례가 없었고, 당사자들도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주 활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