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인수 의지 있지만 실현 가능성 낮아
매각 답보상태…문제 해결 소극적인 SK스퀘어
"어수선한 SK그룹 상황에 11번가 손 놓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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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의 계열사 11번가의 잠재 원매자로 최근 신선식품 새벽배송기업 오아시스가 떠올랐다. 기존에는 국내 대형 이커머스사, 알리익스프레스부터 큐텐,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최근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오아시스까지 거론된 것이다. 실제 딜 진행이 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해프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11번가 매각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오아시스 측이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11번가 매각을 주도하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국민연금·H&Q코리아파트너스·MG 새마을금고)에 인수 의향을 내비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오아시스 상장이 무산되고 여러 기업제고 방법을 찾던 차에, NH투자증권에서 오아시스 측에 ‘볼트온’ 제안을 하면서 11번가 인수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매각 측과 오아시스 양측이 논의에 나섰지만 여러 어려움이 많아 실제 딜이 진행되진 못했다. 11번가뿐 아니라 오아시스도 복잡한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풀어야 해서 성사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M&A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가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처음에는 주관사에서 잠재 매수자로도 고려하지 않았던 곳인데, 오아시스 측에서 인수에 크게 관심을 가지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정도”라며 “오아시스가 최근 실적도 양호하고 IPO를 준비하고 있으니 규모를 키우려고 하지만 자체 인수를 할 여력은 없어서 여러 방법 등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아시스 측은 회사 주식 일부와 관계사인 물류업체 루트의 신주를 11번가 지분 100%와 맞바꾸는 지분 교환 방식을 제안했지만 이해 관계자들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지분 교환 방식은 2년 전 큐텐이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와 동일한 방식이다. 즉 자본금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경영권을 인수하는 형태다.
이러한 구조는 11번가 매각 주체인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오아시스 투자자인 UCK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도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거래가 성사되려면 각 사의 투자자들이 오아시스의 IPO를 통해 투자 원금 이상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현재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논의되기 어려운 구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의 인수 구조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선행적인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고객 규모 유지를 위한 대대적인 마케팅 등 SK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SK에서 굳이 그렇게 나설까 의문”이라며 “NH투자증권 측에서 부서 간 시너지 등을 노리고 딜을 제안했지만, 예비 실사 등 공식 절차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주주 간 데이터가 오간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가벼운 논의가 '인수설'로 화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11번가 매각이 답보 상태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각이 공식 추진되고 난 후 여러 잠재 원매자들이 매각 측에 접촉은 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일단 ‘관망’ 태도를 보여왔다. 이커머스 업황이 불확실성이 높기도 하고 5천억 내외로 매각 금액 규모도 작지 않다 보니 진성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SK그룹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상황인 점도 11번가 매각 지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측에서 적극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11번가 경영진들이 업계 내외에서 잠재 바이어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 내에서 11번가 매각 관련해서 인수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일단 그룹이 숨 고르기 중이다 보니 11번가는 내부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회사 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11번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두 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내부 인력 전환 배치를 통한 인력 효율화 작업 등을 진행했다. 오는 9월에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에 자리 잡은 본사를 경기도 광명시 유플래닛 타워로 이전한다. 11번가는 2017년부터 서울스퀘어에 5개 층을 사용해 왔지만 이번에 임대 계약이 끝나면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경영 불활식성이 계속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무를 하는 직원들이 계속 이탈하고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전해진다. 일각에선 고용 안정성도 유지하고 실질적인 효율화에 나서기 위해서는 SK그룹 계열사로 인력을 재배치하거나, 고비용 유휴 인력들을 정리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11번가 매각 거래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계열사 합병 계획 등 어수선한 상황임을 고려해도, 과거 국민연금을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당시의 기업가치도 유지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계열사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은 시장 정서상 무책임한 대기업의 처사로 읽힐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11번가가 당장 재무적으로 어렵진 않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결국 최대 주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SK 입장에서는 증자를 하자니 ‘계륵’이고 가격이 어느 정도 안 맞으면 매각이 어려우니 골치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