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남겨야 하나"…내부서도 고민 치열해져
SM엔터 인수 후 당국서 불거진 카카오 책임론
계열사 구조조정에 내부통제 이슈 관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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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10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VXㆍ카카오게임즈 등 시장에서 관심을 보이는 회사 상당수를 매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가운데,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과 내부거래 의혹 등 '사법 리스크'가 구조조정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당국이 SM엔터 사태를 기점으로 카카오그룹의 내부통제 책임론을 강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초 검찰로부터 SM엔터 시세조종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룹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 인수 당시 하이브와 경합하던 과정에서 고의로 SM엔터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밖에도 카카오엔터가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처스를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 카카오모빌리티의 알고리즘 조작 의혹,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클레이튼 임원들의 횡령ㆍ배임 의혹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의 집중 조사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김 위원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데 따른 조치다. 금융당국은 SM엔터로부터 불거진 카카오 계열사들의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엄격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SM엔터 직원들의 내부 고발로 적발됐던 임원 측근 회사(10x엔터) 매입 등 무리한 내부 M&A에 대해 카카오그룹 차원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계열사들의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룹 중앙부까지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당국이 카카오의 회계ㆍ감사 부문에서 그룹사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내부통제'가 카카오가 올해 상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계열사 구조조정의 핵심 안건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의 계열사 정리 움직임은 단순한 구조조정을 넘어 그룹 전체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최근 SM엔터에서 불거진 논란들을 금감원이 심각하게 받아들여 그룹 책임을 묻고 있어, 카카오로서는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이번 일을 계기로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상반기 시장을 통해 가격을 확인하고, 하반기 집중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현재 10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 상당수를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시장에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VX(골프 예약 플랫폼), 세나테크놀로지(스마트 헬멧 제조사) 등 카카오게임즈 자회사들이 주 매각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내부에서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야 한다'는 기조가 생기면서, 최근에는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까지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위기다.
다만 계열사 정리 작업은 단기간 내 끝내기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 매각 대상을 선정하고,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 과정이 복잡하다. 외부 자문업체를 통해 매각 조언을 받았지만, 게임과 엔터사처럼 핵심 사업과 연관된 계열사 처리를 두고서는 내부 논의가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내부에선 매각 대상 선정과 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다 끝나는 건 아니다. 재무적투자자(FI) 동의 없이는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차입 대신 벤처캐피탈(VC) 및 사모펀드 운용사(PEF)들의 투자를 받아왔는데, 적자 계열사 대부분이 영업손실 상황에서도 VC 투자를 통해 몸값을 올렸다. 매각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대부분 FI들이 떠안게 되는 구조라, FI 입장이 계열사 정리 작업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카카오 자회사 투자자는 "카카오가 회사 매각을 시도하면서 태그얼롱(동반매각참여권)이 있는 회사들에 양해를 구해왔다"며 "높은 단가에 들어간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 문제로 골치가 아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