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도 있지만 '1兆' 거론되는 몸값은 부담
아직 초기 단계라 '진성 원매자'는 지켜봐야
결국 팔고싶은 '홈플러스'도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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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매각에 나선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인수 유력 후보로 꼽힌 기업들이 연달아 인수설을 부인하고 있다. 이미 홈플러스를 쪼개서 슈퍼만 팔겠다고 나섰는데 일부 점포만 분할 인수를 검토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팔아야 하는 ‘본체’인 홈플러스 재매각 시기가 다가오는데 익스프레스 매각이 ‘예고편’이 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4일 서울 내 지역농협 한 곳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일부 점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추진 중인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11일엔 쿠팡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설이 나오자 쿠팡이 즉각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부인했고, 지난달에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매각 초반부터 인수설이 계속되는 분위기지만, 아직 LOI(투자의향서)도 나오지 않아 진성 원매자를 가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이다. 여러 업체들이 활용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높은 몸값과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유통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 걸림돌로 꼽힌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현재 최대 몸값이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공격적인 한국 시장 확장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확장을 위해 가장 먼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눈여겨볼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알리 측에서 전면 부인에 나서기도 했고, 최근 이른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주춤하는 추세라 오프라인 확장은 신중하게 볼 것이란 관측이다. 오프라인에 진출한다고 해도 직접 투자를 통해 나설지, M&A(인수합병)을 통한 확장에 나설지 전략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쿠팡은 유통업체가 매물로 나오면 거론되는 단골 잠재 인수자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쿠팡이 잠재 원매자로 거론됐지만 쿠팡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신선식품 부문에서는 거점을 활용하는 전략이 핵심이기 때문에 검토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지역 거점 물류센터로 활용, 신선식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나쁘지 않은 매물이라는 평이다.
다만 최근 쿠팡이 규제 리스크(위험) 등을 겪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최근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후기 작성을 통해 더욱 높은 수익을 거두는 자체브랜드(PB) 상품 검색 순위를 올렸다는 혐의로 14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유통업체의 과징금으로 최대 규모인 가운데 해당 규제 리스크에 따라 쿠팡은 로켓배송 전국 확대 등 대규모 투자 계획에 변동이 올 수 있어 당장 조단위 M&A에 나서기는 부담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농협의 경우에도 일부 매장을 인수해 수도권에서 하나로마트와 시너지를 내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분할의 분할’ 매각에 나서는 방안은 매각자인 MBK 측에서 선뜻 나서기는 쉽지 않은 방안이다.
여러 걸림돌이 있지만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전략적 투자자(SI)를 포함해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살펴볼 여지가 많은 매물이다. 유통사 매물이 최근 M&A 시장에서 크게 인기가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대어’기 때문에 SI는 물론 FI들이 살펴볼 여지가 많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황을 생각하면 드라이파우더(미집행 투자금)가 쌓인 해외 FI들이 노려볼 만한 매물이기도 하다. 다만 사모펀드 매물인 점을 고려하면 다시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재무 상태가 나쁘지 않은 점은 고려 사항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지난해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멀티플이 10배만 적용되어도 몸값이 조단위에 이르게 된다. 물론 과연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지금 멀티플 10배가 적용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신선식품 확장을 생각하는 업체들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거점을 확보하려는 유인이 있다. 신선식품 시스템은 자체 구축을 하려면 시간 오래 걸리기 때문에 M&A를 통해 확장하는 것이 비교적 매끄럽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지점 310여 곳 중 수도권에만 235곳이 집중돼 있고 멤버십 가입자도 1000만명이 넘는 등 고객 기반도 갖추고 있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실적과 물류센터 등의 자산을 활용할 여지가 있는 투자자들이 관심 있게 볼 매물인데, 거점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히 신선식품 쪽으로 확장을 하는 곳에는 자산 가치가 있는 매물이다”라며 “결국 SI든 FI든 신선식품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가 인수전에 뛰어들지 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력도와 별개로 결국 MBK에 남은 핵심 과제는 홈플러스 재매각이다. 내년이면 홈플러스 인수 10주년이 된다. 덩치도 더 크고 재무상태도 부담인 홈플러스 재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폭을 줄였지만 당기순손실은 전년보다 1284억원 늘어난 5742억원을 기록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에도 벌써부터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홈플러스는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매각대금을 초대형 식품전문매장인 메가푸드마켓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노조는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슈퍼마켓만 분리한다면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아예 상실될 것”이라며 “MBK가 차입금을 갚기 위해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가 결국 홈플러스 매각을 해야 할 텐데, 알리와 쿠팡 등이 그나마 홈플러스 잠재 인수자로 거론됐던 곳들임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과거 저력 있던 업체였던 시절에 비해 홈플러스라는 회사의 업계 내 매력도가 많이 떨어진 점도 고려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