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2분기 빅배스 예고…통합 SK이노 출범까지 주주 눈치 지속
입력 2024.07.19 07:00
    2분기 IRA 보조금 변경, 재고손실 선반영 나설 듯
    1분기 적자폭 두배 예상…반기 1조 손실 가능성도
    합병 후 빅배스 잡음 우려…E&S 연간 순익과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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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이 2분기 빅배스(Big bath)에 나설 전망이다. 올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가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앞둔 SK E&S의 한 해 당기순이익과 맞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 전 손실을 털고 가겠다는 취지겠지만, 예상보다 후한 합병비율에도 SK온 실적 문제가 향후 주주 관리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1대 1.2 비율로 합병하는 안을 결의했다. 예상대로 SK이노베이션을 시가로 평가했으나 SK E&S에 비등한 몸값이 매겨져 주주에 유리한 비율이 산출됐다. 시장에선 합병 결정 이후 불거질 SK이노베이션 주주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러나 이달 말을 전후해 예정된 2분기 실적 발표를 둘러싼 분위기가 밝지 않다. 

      현재 투자업계에선 SK온이 이번 분기 실적 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선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3000억원 수준 영업손실을 이어갈 것으로 보았으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규정 변화 및 ▲재고 손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AMPC 지원 기준이 바뀌면서 작년부터 장부에 반영해온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소급해서 덜어내야 하고, 늘어난 재고물량의 손실 충당금도 쌓아야 한다"라며 "가동률 하락만으로도 1분기 3000억원 규모 적자를 냈는데, 그 두 배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SK온은 지난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 적자폭이 전 분기 두 배에 달할 경우 상반기에만 조 단위 손실을 기록하게 된다. SK E&S와 합병을 앞둔 SK이노베이션의 연결기준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규모다. 

      내부적으로는 그룹 사업조정(리밸런싱)이 본격화한 만큼 합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고 나면 SK E&S를 통한 현금흐름 개선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가들에게 확실한 저점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합병 후 주가 관리에도 수월하단 평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 이전에 빅배스로 털어놓으면 하반기부터는 숫자가 깔끔하게 나올 것이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합병 이후로 리더십이나 지배구조 측면 변화도 이어질 텐데, 출범 초반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표도 엿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합병을 결의한 뒤 빅배스에 나서는 데 따른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회사는 합병으로 인한 사업적 시너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번 결정을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탓이다. 

      실제 목적이 무엇이냐를 떠나 SK온 반기 손실 규모가 SK E&S의 연간 당기순이익과 맞먹는다는 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단 목소리가 높다. SK E&S는 지난해 약 1조800억원 수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AMPC 축소가 SK온 수익성에 직결되는 변수인 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정세가 전에 없이 불안하다는 점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합병과 빅배스를 통해 SK온의 재무 여력이 다소 개선되는 것은 맞지만 본질적인 경쟁력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단 얘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손실 선반영, 합병, 지배구조 개편 등 작업으로 하반기 SK온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숨통은 트이겠지만, 실장에선 배터리 사업만 발라내서 볼 수밖에 없다"라며 "합병을 결정하고 빅배스에 나설 경우 이를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