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소식 끊이지 않는 KB부동산신탁
입력 2024.07.19 07:00
    취재노트
    KB금융그룹 계열사와 합병? 처분?
    "턴어라운드 예상 시점 203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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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부동산신탁의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KB금융지주는 합병, 처분 등의 소식에 일단 선을 그었지만, '소문'이 내부에서 무겁게 와닿는 건 그만큼 현재 KB부동산신탁의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KB금융그룹이 KB부동산신탁을 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한다는 소식이 연초부터 KB부동산신탁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합병 계열사 중 하나로 KB국민은행이 거론됐다. 합병할 경우 KB부동산신탁 직원은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얘기로 내부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합병 소식은 차라리 다행이다.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신탁 사업에서 손을 떼고 KB부동산신탁을 처분할 거란 얘기도 흘러나왔다.

      KB금융지주는 KB부동산신탁과 관련한 일련의 소식에 "내부 담당자들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뒤숭숭한 소식이 확대 재생산되는 건 KB부동산신탁 내부에서 불안이 크다는 걸 방증한다. 내부에선 실적개선(턴어라운드) 예상 시점을 2036년으로 보고있다. 10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거다.

      작년부터 적자가 이어져 누적 손실이 1500억원을 넘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571억원으로 신탁사 중 가장 크다. 신규 수주 감소에 따라 수수료수익이 줄고 신탁계정대에 대한 대손비용이 크게 확대됐다.

      신탁사 중 자기자본 대비 순고정이하자산 비율도 가장 높으며 가장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 수치가 100%가 넘을 경우 자기자본을 뛰어넘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자기자본 대비 순고정이하자산 비율은 1년만에 약 3배 늘어난 91.2%로 압도적 1위다.

      특히 2017년 이후 빠른 외형 성장을 가능하게 한 책임준공확약형토지신탁(책준형)이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책준형은 KB부동산신탁이 2015년 처음 도입해서 2017년부터 본격 판매하며 수주를 늘린 상품이다. 작년 KB부동산신탁의 책준형 수탁고는 8조원으로 전체 신탁자산의 19%를 차지한다. 작년 책준형 PF 대출 약정 한도는 5조6206억원이며, PF 대출이 실행된 금액은 약 70%인 4조20억원이다. 책임준공이 연달아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손실이 불가피하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27일 1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1996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KB금융지주는 이 중 1500억원을 인수해 사실상 그룹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1분기 272.7%에서 2분기 약 1000%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재관 KB금융 CFO는 지난 2월 2023년 연간 실적 발표회에서 "충당금 이슈로 지난해 신탁업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일단은 시장조달을 원칙으로 하되, 원활하지 않을 경우엔 당연히 지원할 계획이다"며 "적자가 한 번 발생했다고 해서 자금이 돌지 않는 등의 문제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