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비용 일단락에 호조 예상되는 은행권 상반기 실적…관건은 주주환원
입력 2024.07.22 07:00
    H지수 ELS 비용 환입으로 1분기 대비 호실적 전망
    다만, 밸류업 모멘텀 이어가기 위한 주주환원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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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은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이 발생했던 1분기보다 나아질 전망이다. 1분기 손실이 워낙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전분기 대비 실적은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아울러 시중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금번 실적발표의 관전 포인트는 금융지주의 하반기 주주환원 전략이 꼽힌다. 기업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주가가 지속 상승하고 있는데 이 모멘텀(경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분석이다. 

      17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2분기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기업·DGB·BNK·JB) 순이익은 약5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H지수 상승에 따라 ELS 손실 비용 일부가 환입되고 시중금리 하락으로 유가증권 순이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으로 추가 충당금을 쌓았지만 실적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는 리딩뱅크를 재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2분기 KB금융의 순이익은 1조5200억원으로, 에프앤가이드의 예상치인 1조4500억원을 5%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같은 기간 1조3500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며 KB금융에 리딩뱅크를 내주고 2위에 안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위는 하나금융지주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2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1조630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10% 가량 웃돌 전망이다. 업계의 우려와 달리 부동산PF 관련 충당금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에프앤가이드는 당초 하나금융의 순익을 9650억원 수준으로 봤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8310억원으로 대형 은행지주 중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DGB금융지주의 올 2분기 순이익은 310억원에 그치며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투자증권 PF 추가 충당금을 대규모로 인식함에 따라 순익이 대폭 깎일 것이란 예상이다. 하이투자증권 PF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인식할 경우 적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GB금융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의 호실적 배경에는 ELS 비용 환입과 시중금리 하락이 있다. 홍콩 H지수 상승으로 ELS 환입이 약 2400억원 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다. 또, 상반기 중 시중금리가 큰폭으로 하락하며 유가증권 관련익이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단 설명이다. 증권가에선 은행권의 실제 순익이 컨센서스를 크게 뛰어넘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본다.  

      은행권의 대출 성장률도 호조를 기록했다. 기업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린 결과로 이해된다. 특히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성장률이 각각 6%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의 2분기 평균 대출 성장률이 3.3%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장률이다. 3분기부터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 

      대출이 예상보다 크게 늘고, 시중금리도 떨어지면서 은행 NIM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전망이다. 은행 NIM(순이자마진)은 평균 4bp(bp=0.01%)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린 하나금융의 NIM 하락폭이 7bp로 가장 크다. 

      다만, 증권가에선 금융지주 실적보다 향후 주주환원 전략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밸류업 모멘텀에 힘입어 은행주 주가가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보여줘야한단 얘기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은행주는 상반기에만 주가가 30%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이번 실적발표의 관심사는 KB금융의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하나금융의 추가 자사주 매입 실시 여부다. KB금융은 지난 2월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으며 연간 7000억 규모의 자사주 정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다. 

      주주환원 여력의 척도로는 CET1(보통주자본) 비율이 관건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은 2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약 30원 가량 상승한데다 은행들의 대출이 예상보다 대폭 증가해 RWA(위험가중자산)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2분기 CET1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예컨대 기업금융을 크게 늘린 하나금융은 CET1 비율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주들의 실적은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며 실적안정성을 보여줄 전망이다"라며 "다만, 은행주에 대한 관심은 주주환원 전략에 쏠려 있다. 은행주가 밸류업 모멘텀을 잘 이어나갈지가 관심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