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실적 양호…하반기 채권운용·PI 투자 주목
부동산 PF에 양극화…"중소형證 충당금 더 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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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호실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만큼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린 국내 투자자들 덕분에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늘어났을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 순위는 리테일 부문 성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상반기 중 국내 시중금리가 강세(금리 하락)를 보이며 트레이딩 이익 역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에 대한 PI 투자 실적,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추가 적립 등에 따라서도 수익성이 좌우될 전망이다.
최근 KB증권 리서치센터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5개 주요 증권사의 2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을 1조178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해당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24.1% 증가한 것이 된다.
2분기 호실적의 배경으로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증가가 꼽힌다. 미국 증시가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리면서 수취한 수수료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4% 가까이 상승했고 다우지수 또한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중이다. 차익결제거래(CFD) 해외 매수포지션 잔고는, CFD 거래가 재개된 지난해 9월 대비 50% 증가한 상태다. 이에 힘입어 국내 증권사들은 거래 수수료를 낮추면서까지 '서학개미'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하반기 실적 또한 브로커리지 수익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 확대 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 관련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자산관리(WM) 부문을 강화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 보유 자산 규모가 큰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 증권사들은 그룹 내 은행과 협력하거나 세분화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부서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 전략 고민에 빠져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WM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증권사들마다 경쟁이 치열한데 은행계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은행 WM부문 고객을 소개받는 등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라며 "증권사마다 프라이빗뱅커(PB) 인력을 운용하는 방식도 다른데 삼성증권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고 NH투자증권은 자율에 맡기는 식이어서 인력 이동 또한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S&T 부문 채권 운용 손익과 기업금융(IB) 부문 수익성 또한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상반기 중 국내 시중금리가 강세를 보이며 채권운용 등 트레이딩 수익 역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였을 거란 전망이다. 지난 4월초 3.7%에 달했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현재 3.1%대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물가상승세(인플레이션) 진정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해, 국내 기관들의 채권 매수세가 쏠리며 전반적인 시중금리 수준이 낮아졌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의 가격이 오른다. 연초부터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컸던 탓에 매도·매수 포지션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토로가 짙었는데 채권 운용을 통해 큰 수익을 벌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오는 9월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서 향후에도 운용수익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부동산 PF 부실로 그간 부진했던 IB부문 수익 또한 개선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한 수익성 확대를 기대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은 IB부문 주관 영업과 동시에 PI 투자를 통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하나증권은 1분기 상장에 흥행한 에이피알에 PI 투자를 해 수익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조만간 증시에 입성할 예정인 산일전기에 지분 투자를 한 상태다.
IB 부문 북(자체운용한도)을 제한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증권사들은 아쉬운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주력 사업은 IB가 아닌 WM인 만큼 IB 부문은 북 소진을 지양하자는 의견이 공유됐다.
부동산 PF 양극화는 하반기 들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부동산 PF 손실을 선반영하며 그 기저효과로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하는 등 수익성 확대를 꾀하기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하이투자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키움증권은 상반기 중 부동산 PF 관련 북을 거의 소진하는 등 신규 딜에 적극 참여하는 못브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부동산 PF 자산을 관리하거나 신규 딜에 참여하는 등 전략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라며 "최근 부동산 PF 딜이 없진 않다. 다만 위치 등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젝트는 경쟁이 치열해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