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붙이고' 어수선한 기업들…물밑에선 인력·기술 빼가기 전쟁
입력 2024.07.24 07:00
    삼성·LG·현대차 "SK그룹 상황 꼼꼼히 조사 해와라"
    SK·두산·효성·포스코…재계는 지배구조 개편 한창
    "변화에 기회있다" M&A 준비·인력 확보 나선 기업들
    활발한 이동에 '기술 유출' 등 잠재 갈등 리스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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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피 흘리는 SK 주위에 상어 떼들이 득실하다” 

      최근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에 나선 SK를 두고 시장에서는 향후 가능한 ‘진짜 리밸런싱’에 주목하고 있다. SK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M&A(인수합병)나 인력 확보 등 숨은 기회를 보는 곳들이 많다.

      최근 주요 대기업 내부에서는 SK그룹 관련 데이터와 정보를 샅샅이 조사해오라는 상층부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SK그룹이 계열사 합병과 매각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타 대기업들에서도 이슈가 있는 계열사들 위주로 동향 파악에 나서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 LG, 현대차 등 경쟁 그룹에서 SK에서 ‘먹을 것이 없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정보를 수집 중이다”라며 “당장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회사들뿐 아니라 SK그룹의 모든 회사들의 자금력 등을 조사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눈치”라고 말했다. 

      이어 “SK그룹도 이러한 움직임을 알고 있지만, 내외부가 어지럽다 보니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다수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복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 구조 재편이 한창이다. 

      시장이 재편되면서 재계의 M&A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하반기 임원 모임에서 “산업계가 구조 조정을 하는 시점에 맞춰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M&A 자문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들은 다들 다수의 딜들을 검토 하고 있다”며 “지난해 M&A 시장 침체로 묵혀뒀던 매물이 많기도 하고, 최근 새롭게 거론되는 것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어렵지만, 계속해서 M&A를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금리인하 시그널이 오거나 하면 바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최근 지배구조 개편은 두산 그룹이 대표적이다.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한 뒤 두 회사를 합병할 예정이다.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이 적극 M&A에 나서기 위해서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6%와 일반 주주의 54%를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로 만들고, 이에 상응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두산밥캣 주주들에게 넘기기로 했다. 

      포스코그룹도 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그룹의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가치 제고 전략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 등을 정리하기 위해 120개의 구조 개편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효성그룹은 2개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며 조현준 효성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독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성화학은 실적이 부진한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위해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IMM PE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기존 계열사 간 사업 조정과 지분 매각 등을 통한 사업 재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력 확보 전쟁도 진행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경쟁사의 인력 확보에 대응해 내부 단속에 들어가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새로운 ‘슈퍼 사이클’을 기다리는 반도체 업계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으은 이직 움직임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SK하이닉스의 복지와 성과급 및 보상이 삼성전자를 뛰어넘는다는 평이 나오면서 양사 간 인재 확보 경쟁이 뜨겁다. 

      최근에는 반도체 인력 전쟁에 현대차 그룹까지 참전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미래에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을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전력반도체 개발자를 대거 영입했고, 계속 차량용 반도체 개발 인력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배터리업계 인력들도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SK온·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배터리 3사 간 인력 이동이 제한된 가운데, 각 사에서 현대차로의 이직은 잦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통업계도 인력 재편이 활발하다. 대기업들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에 나섰고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이 일부 일정이 지연되는 등 업계 변동이 계속되면서 유통업계 인력들도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최근에도 알리바바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대기업 유통사·플랫폼 인력에 스카우트 제의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린 한국 업체들의 글로벌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K뷰티’가 글로벌로 사세를 넓히면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인사들을 영입하고 있다. 

      6월 한국콜마는 글로벌 영업 총괄에는 필립 워너리를, 북미법인 총괄 연구개발 책임자에는 조지 리베라를 임명했다. 필립 워너리 CCO는 로레알, LVMH, 에스티 로더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으며 이탈리아 화장품 ODM기업인 인터코스 북미법인에서 CEO를 역임하는 등 글로벌 뷰티업계 전문가다.

      그룹 간 M&A, 인력 이동 등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유출 등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관련 문제 발생 가능성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술 관련해서는 구성원의 이직으로 인한 문제 발생이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최근 한미반도체가 'TC본더·플립칩 본더' 기술을 연구하다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청구한 부정경쟁행위 금지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사례가 있다. 또한 최근 대한전선과 LS전선도 기술유출 이슈로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업계 2위인 대한전선이 LS전선의 기술을 부정하게 입수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수사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