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감사품질 엉망이네'…뿔난 기업들, 칼 겨눈 금융당국
입력 2024.07.24 07:00
    금융당국, 회계법인 품질관리 진행
    일부 회계법인 사실상 개인사업자 모임
    빅4 회계법인도 올해 회계처리 문제로 곤욕
    보험사들 IFRS17 논란 회계법인 책임론
    상장사들은 지정감사제 폐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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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회계법인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회계법인 살림살이는 좋아졌지만, 이에 걸맞은 감사 품질 향상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정감사제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회계법인 품질감리에 나서는 등 회계법인에 칼을 겨눴다. 그럼에도 회계법인 오랜 관행을 바꾸기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중소형 회계법인에 대한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감리뿐 아니라 상장법인 감사인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설명회를 여는 등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통합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으로 지적된 주요 사례를 설명했다. 통합관리체계란 품질관리 일관성 확보할 수 있도록 회계법인 내의 인사, 자금 관리 등 경영 전반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금감원이 설명회까지 진행한 배경으론 감사 품질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도입 되면서 당국이 지정한 회계법인에 한해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등록 회계법인은 빅4 회계법인을 포함해 41곳이다. 

      이후 철저한 감사를 이유로 지정감사 감사보수가 크게 올랐다. 회계법인들은 더 큰 상장사 감사를 맡기 위해서 덩치싸움을 벌였다. 지정감사제 시행 이전만 하더라도 회계법인 간 합병은 드문 일이었다. 2016년엔 한 건의 회계법인 합병도 없었다. 

      하지만 2019년 지정감사제 시행 이후 한해에만 합병사 15곳이 출범했다. 올해에는 진일회계법인, 세일원회계법인이 합병했다. 덩치를 키워 더 큰 규모의 회사에 감사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함이다. 금감원은 회계법인의 자산규모에 따라 ‘가~라’군으로 회계법인을 나누고 이에 따라 이들 규모에 맞는 상장사 지정감사제를 맡기고 있다. 금감원 감리에서 드러난 결과는 이들이 합병을 통해서 규모만 키웠지 내실은 갖추지 못한 행태는 그대로란 점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상 개인사업자들의 집합인 회계법인들이 이들 통합관리를 통해서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라며 “품질감리에서 지적된 사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지정감사인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상대적으로 빅4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은 중소형 회계법인보다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통합품질관리 측면에선 글로벌 멤버십에서 관리하고 있고, 금감원으로부터 2년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받고 있다. 올해에는 안진이 올해 상반기 정기검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빅4도 지정감사제 이후 오른 감사보수 상승만큼 감사품질이 좋아졌느냐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는 없다. 오히려 회계부정 또는 회계처리 오류의 문제로 기업과 해당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두산에너빌리티 회계처리 위반으로 회사는 161억원의 과징금을, 감사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은 14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제재가 진행 중이고, 이 건에 삼일, 삼정 등 빅4 회계법인이 관련되어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보험사가 도입한 IFRS17 회계처리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적부풀리기 등 보험사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회계법인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생보사 22곳, 손보사31곳) 감사인은 빅4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개별 보험사들로부터 연간 받아가는 감사보수와 컨설팅 비용이 개별 회사 기준으로 50억원에 이른다. 지난 10여년간 IFRS17을 준비하면서 회사별로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입했지만, 현재까지도 도입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크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10여년간 보험사들이 컨설팅 비용 등으로 가져간 돈만도 보험업계 통틀어 수천억원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회계제도 개편은 회계법인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만 낳았단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회계법인들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품질 개선이 짧은 시일에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점을 강조한다. IFRS17 같은 새로운 회계기준도 안착하는데 당연하게 일어나는 진통이란 점이다. 회계 선진화를 위한 비용이란 설명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지정감사제가 불편한 제도이긴 하다“라며 ”하지만 기업들의 회계부정을 막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에 있어선 충분한 공감대를 얻고 있지는 못하다. 상장사 협의회 등은 감사보수가 지정감사제 이전대비 두배 이상 올랐고, 보험사들은 회계법인에 불필요한 과도한 비용만 지불했다는 인식만 팽배하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법인 외부 감사 보수 현황'에 따르면 작년 상장회사 한 곳당 평균 감사보수는 2억4800만원이다. 지정감사제 도입 이전에 한 곳당 평균 감사보수는 1억2500만원이었으나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감사보수 인상과 더불어 지정감사제도로 감사인이 수시로 바뀜에 따라 이들의 산업과 기업에 대한 이해부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답변이 많았다. 즉, ‘비용만 올랐지 전문성은 따라오고 있지 못하다’는게 설문조사의 결론인 셈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지정감사제를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다”라며 “과거의 자유수임 방식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