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사상 최대매출 SK하이닉스 "올해 HBM 성장률 300% 예상"
입력 2024.07.25 11:35
    나홀로 HBM 수혜 고스란히…영업이익률 33% 기록
    하반기 12단 제품 가세로 실적·재무 개선 유지할 전망
    늘어난 투자 관련 우려에도…하반기 주도권 이어갈 듯
    성적은 좋지만 美 대선 걱정 탓에 주가는 전일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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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하이닉스가 2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폭발적 성장 수혜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동시에 범용 메모리 반도체로 인공지능(AI) 수요가 뻗치는 덕이다. 일부 투자가들은 연초보다 늘어난 투자 계획을 주시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HBM 공급에 고전하며 하반기에도 실적·재무를 동반 개선하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해 HBM 매출액이 전년보다 3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5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16조4232억원, 영업이익이 5조468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지난 2022년 2분기 기록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2018년 초호황기 이후 6년 만에 분기 5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수익성 개선세가 무척 가파르다. 여전한 전방 서버 AI 투자 수요 덕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33%로 시장에선 3분기 이후 영업이익률이 4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반기 중 차세대 제품인 12단 HBM3E 공급이 본격화하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최근 경쟁사의 엔비디아향 HBM 공급 관련 보도가 이어졌던 만큼 투자가들은 하반기 이후 HBM 시장 지형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차세대 HBM 제품 공급 계획은 물론 ▲공급사 전반 늘어난 가동률과 투자 계획으로 인한 팹 운용 전략과 ▲짧아지는 HBM 신제품 출시 주기가 SK하이닉스 주도권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SK하이닉스의 답변을 요약하면 하반기에도 HBM 시장 주도권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GPU 신제품 출시 주기가 빨라지면서 채용하는 HBM 신제품 개발 주기도 단축이 필요하다. D램 공급사 입장에선 개발 부담으로 작용한다"라며 "적기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 보니 기술 경쟁력과 풍부한 양산 경험을 갖춘 업계 선두주자에 오히려 유리한 환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를 납품하기 시작했으나 핵심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에선 아직 품질 검증을 기다리고 있다. 시장의 주목을 받는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가속기에는 여전히 SK하이닉스의 HBM3E 8단 제품만이 채택되고 있다. 내년 핵심 승부처가 될 HBM3E 12단 제품 공급에서 누가 선두를 쥐느냐를 두고 여러 관측이 오가지만 현재로선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예상보다 늘어난 투자 계획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늘어난 투자비 대부분이 이미 주문 계약을 마무리한 HBM 공급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파(Capacity)를 많이 잡아먹는 HBM 특성상 여전히 D램 공급 증가에는 제약이 많고, 이 때문에 범용 D램 현물가가 HBM 계약가격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언급했다.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이어가는 동안에는 계약 기반 HBM 캐파 증설과 팹 운용, 수익성 중심 판매 전략에서 우위가 이어진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익성이 40%를 바라보게 된 만큼 재무 안정성도 지속 개선될 것이란 설명이다. 2분기 SK하이닉스의 차입금은 약 25조2300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4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뚜렷한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늘어난 투자 지출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풍향계가 오락가락하자 반도체 시장에 대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사업조정(리밸런싱)에 돌입한 SK그룹 계열에 대한 우회적 지원 부담도 투자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마찬가지 이유로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25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보다 9% 가까이 하락해 19만원 선에 걸쳐 있다. 3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우수한 성적표와는 무관하게 대외 정세 불안으로 전일 나스닥 지수가 3.6% 하락하고 엔비디아가 6.8%가량 하락한 탓이란 분석이 많다. 유가증권시장 역시 전일보다 1.9% 떨어져 2700선을 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