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민희진 갈등으로 드러난 민낯…'K엔터'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일까
입력 2024.07.30 07:00
    취재노트
    민희진-하이브,"어떻게 헤어질까" 문제
    그러면 뉴진스는? 새 문제 부상 가능성
    K엔터 한계점 여실히 보인 하이브 내홍
    K팝 아이돌 산업의 한계…시장 회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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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은 이미 ‘진흙탕 싸움’중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 경영진을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하이브도 무고로 민 대표를 맞고소하겠다고 예고했다. 

      양측의 날 선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용들이 성장만큼이나 산업의 ‘질적 성장’이 이뤄지지 않은 'K엔터'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이별'은 확실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서로 고소에 나서는 등 '갈 데까지 갔다'는 것. '기적적인 화해'를 하는 것은 이제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언이다. 하이브 측도, 민 대표 측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벼랑 끝 전술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돌연 사임하면서 배경에 대한 여러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경찰이 업무상 배임혐의를 받는 민희진 대표 조사를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 등을 통해 민희진 대표와 지인과의 대화, 하이브 경영진의 대화, 하이브 내부에서 걸그룹 뉴진스 데뷔 과정 등의 내밀한 내용등이 공개되고 있다. 보도들에 의하면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박지원 대표,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와 민희진 대표 간의 경 소통 오류(?)도 여실히 드러난 바다. 

      결국 관건은 하이브와 민희진이 '어떻게 헤어질까'로 귀결된다. 민 대표가 업무상 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주주 간 계약 위반으로 판단되면 사실상 빈손으로 어도어를 나가야 한다. 민 대표가 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하이브는 주주 간 계약 위반을 근거로 민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를 액면가 수준에 사들일 수 있다. 민 대표의 보유 주식 57만3160주에 액면가로 알려진 5000원을 적용하면 28억6580만원 수준이다. 

      민 대표가 어도어 주식 취득 당시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약 20억원을 빌려 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를 갚고 나면 민 대표가 손에 쥘 수 있는 건 수억 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주주 간 계약 위반이 아니면 민 대표는 현재 기준 최대 1000억원 수준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하이브가 제기한 민 대표의 혐의들이 주주 간 계약 위반에 해당이 되느냐가 양측의 희비를 가를 핵심이다.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그동안 어도어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원칙상 용납이 어려운’ 일들을 수행해 왔다고 보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하이브 측은 알려진 것들 외에도 다수의 증거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상당 부분을 민 대표와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제보받았다”며 “민 대표 측이 ‘업계상 관행’으로 주장하지만 하이브 측은 명백히 범법 행위로 입증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이별이 이뤄져도 끝은 아니다. 어도어의 걸그룹 뉴진스와 하이브의 계약 문제도 추후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하이브의 레이블인 어도어와 계약했고 민희진 대표가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그룹이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커질 때에도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과의 끈끈함을 언급하며 “뉴진스는 내 편이다”를 강조했다. 

      뉴진스 멤버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 가운데 회사 내홍 등 여타 문제들에 대해선 보호자인 부모들이 관여하고 있고, 현재도 민 대표와 뉴진스의 유대 관계는 깊다고 전해진다. 최근 뉴진스 부모들이 하이브 측 주장에 대응하는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반(反) 하이브’ 입장을 고수 중이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뉴진스는 전속 계약 기간이 남아있고, 만약 민 대표가 하이브를 나가면서 뉴진스도 하이브를 떠나려 한다면 위약금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뉴진스’라는 그룹의 지적 재산권이 하이브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뉴진스 이름도 사용하지 못하고, 활동을 하면서 뉴진스 음악들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희진과 뉴진스'가 독립한다 해도 양측의 관계가 영원할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민 대표만 떠나고 뉴진스 멤버들은 하이브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재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관측이다. 하이브 입장에서도, 뉴진스 입장에서도 껄끄러운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한편 모든 상황과 별개로 뉴진스가 걸그룹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가운데 경영 리스크로 회사의 이익에 기여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하이브 주주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비단 하이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국내 엔터사에 투자할 투자자가 있을까”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번 사태 내내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민 대표의 행보에 대해 “투자자들을 아예 무시하는 모습”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가운데 하이브에 대해서도 “엔터사 경영진들이 (아티스트 등) 관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 투자하는 건데, 이번 사태로 그 믿음도 사라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K팝이 급격히 성장했고 덕분에 글로벌에서 한국의 문화적 우상이 높아진 것은 반박하기 어렵다. 다만 과연 질적 성장이 이뤄졌나는 여전히 물음표다. 최근 들어서는 아이돌 중심의 K팝 산업도 ‘끝물’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 최대 기획사인 하이브는 ‘공장형’으로 신인을 찍어내고 있고, 독립성을 보장하는 멀티레이블 체계의 존속 가능성도 의문이다. 

      경영진의 성과를 위한 M&A 등 무리한 확장과 더불어 무대 장치, 인건비, 트레이닝 등 운영 비용은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결국 그 부담을 소속 그룹들을 ‘무리한’ 스케줄로 내몰거나 굿즈(상품)나 콘서트 가격을 지나치게 높여 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타 기획사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1분기 적자전환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는 8년 전 해체한 그 룹 2NE1까지 소환했다. YG엔터는 메가 히트였던 빅뱅의 와해 이후 버닝썬 사태 등으로 회사가 부침을 겪었고, 글로벌에서 대박이 나면서 구원투수가 된 걸그룹 블랙핑크는 결국 올초 전원 개인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했다. 넥스트 캐시카우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베이비몬스터 신인을 배출하긴 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엔 역부족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창업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불명에 퇴진, 그리고 이어진 카카오로의 인수를 거치면서 여러 차례 고비를 겪었다. 최근에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의 불법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는지 당국이 강도 높은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라 덩달아 SM엔터 내외도 어수선한 분위기다.